/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신재경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신재경

‘노키아의 붕괴가 핀란드에게는 축복이었다’.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 40%를 자랑하며 핀란드를 ‘먹여 살린’ 노키아의 몰락이 왜 핀란드에게 ‘축복’이었을까? 2010년대 핀란드는 노키아 몰락 이후 ‘100개의 작은 노키아를 만들자’는 목표로 혁신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그 결과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루비오, 클래시오브클랜을 내놓은 슈퍼셀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노키아의 자리를 대신하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줬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창업이 국가 또는 지역경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혁신적인 창업은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라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된다는 ‘노키아’의 사례보다 노키아의 몰락 이후 핀란드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혁신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혁신 스타트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 예비창업부터 창업 이후 데스밸리를 극복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스타트업이 수많은 실패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찾아가는 ‘혁신 창업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핀란드는 단순히 정부의 지원만으로 가능했던 것도, 스타트업의 자발적 성장 때문만도 아니다.

대기업에게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자각을 바탕으로 민관이 협력해 공동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자생적인 창업생태계와 ‘슬러시’, ‘스타트업 사우나’와 같은 지역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스타트업 문화’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기술창업에 대한 열정과 정부의 기술창업 지원정책이 바탕이 되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 2016년 2개에서 2021년 18개로 늘어났고, 포브스 글로벌 리더, CES 혁신상에 국내 벤처 창업기업이 대거 포함되며, 제2 벤처붐을 이끌고 있다.

특히 벤처 스타트업의 고용인원은 81만여명으로 국내 4대 그룹의 전체 고용 69만여명보다 12만명이나 더 많고, 국내 전체기업 고용증가율 3.1%보다 3배 이상 높은 9.4%의 고용증가율을 나타내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잠시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흔히 지역경제를 말할 때 지역에 대기업이 얼마나 포진되어 있는지, 그리고 대기업의 실적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지역경제의 호황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지역경제 속에 대기업만 있지 ‘스타트업’은 없다.

앞서 소개한 핀란드의 혁신 스타트업 사례 혹은 우리나라의 벤처창업 활성화의 결과만 보더라도 ‘혁신 창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대기업 이상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해 감사원의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 수도권 인구는 전체 국민의 50.1%(2,592만명)로,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거주 비율은 52.7%로 증가하며 ‘지방소멸’의 위험을 지적한다.

결국, 다른 지역을 논외로 하더라도 전북경제의 재도약 또는 활성화를 위해서 대기업 중심의 단편적인 대응책에서 벗어나 ‘혁신 창업생태계’를 만들고 성장하는 모델을 필수적인 해결책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지역중심’으로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스테이션F, 중국의 중관촌, 스웨덴의 시스타 과학도시, 핀란드의 오타니에미 혁신단지는 지역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 가치가 있는 것처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원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 각 지역에 17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연간 363억원)를 두고 지역별 독자적인 창업생태계가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올해 처음으로 창업중심대학사업(연간 450억원)을 통해 창업지원 역량이 우수한 대학이 지역 창업생태계의 핵심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 하도록 지원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지역의 구성원들이 전북 혁신 창업생태계에 들어갈 내용을 담아야 한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이 교류하고 투자자와 기업이 연계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청년, 실험실 연구원 등 누구나 혁신 아이템을 보유하면 실패하더라도 재도전 할 수 있다는 다수의 공감대가 놓인 전북만의 ‘스타트업 문화’가 만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랑스는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처럼 혁신 스타트업이 지역경제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어느 누가 아닌 우리 모두가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지역을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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