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전주완주편 태조의 본향 자부심 담아

신정일의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시리즈 ‘전주완주’ 편이 출간됐다.

이 시리즈는 국내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전국의 도시들을 인문적 시선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풍경 이면의 뿌리와 정신까지 읽어주는 문화 안내서다.

그 도시에서 태어났거나 어떤 이유로든 오래 머물면서 문화의 흐름과 변천사를 지켜본 저자들이 그 지역의 주요 역사·지리적 배경, 고유한 음식과 축제, 건축과 주거문화, 현지민의 언어와 대표적 인물, 그밖에 다양한 풍속과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지역의 고유함과 차이를 알게 한다.

인문적 스토리를 찾아 느린 도시여행을 즐기는 사람, 그 도시에서 한번쯤 살아보거나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 ‘로컬의 재발견’을 시도하고 있는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공간의 서사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오늘날의 전주는 작지만 ‘전주다움’이라는 개성이 빛나는 문화관광도시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판소리’의 고장이자 ‘음식창의도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 한옥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지와 완판본의 고장답게 전주는 도서관이 많은 ‘책의 도시’이기도 하다.

전주시청 로비의 책기둥도서관을 시발점으로 시립도서관 꽃심, 여행자도서관, 팔복 예술공장의 이팝나무 그림도서관, 학산 시집도서관 등 수십여 개의 도서관이 개관했고, 한국 최초의 길 도서관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 완주는 백제 때 완산주, 통일신라 때 전주, 고려 때 완산주, 조선 때 전주부로 불리다가 1895년 전주군으로 고쳐졌다.

1935년 전주와 완주가 분리되었고, 이후 완주의 일부 면과 읍이 전주시로 편입되었다.

행정구역은 하나였다 둘이었다를 반복했지만 옛사람들은 전주와 완주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큰 풍경으로 즐겼다.

전주와 완주의 비경 여덟 곳을 말하는 ‘완산팔경’에는 6곳의 전주 풍경과 2곳의 완주 풍경이 포함된다.

이 팔경에다가 두 개를 더하면 ‘완산십경’이 되는데, 그중 하나도 완주의 풍경이다.

이 책은 둘이면서 하나인 전주와 완주를 요점 정리하듯 소개한다.

후백제라는 옛 나라의 부흥과 쇠락,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조상들이 누렸던 영화, 동학농민군의 의미 있는 기포와 집강소, 정여립의 대동사상과 기축옥사, 증산 강일순의 후천개벽사상, 최명희의 ‘혼불’에 담긴 한국인의 전통,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증언하는 전동성당과 초남이 성지, 그리고 역사를 지켜본 산과 들 등 많지 않은 지면에 그 많은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가 있다.

여기에 전주와 완주가 다시 하나 되어 더 큰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필자의 간절함을 실제 경험과 활동상으로 덧붙여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했다.

책은 크게 전주 편과 완주 편으로 나뉜다.

전주 편은 견훤과 동학농민군의 이야기가 핵심을 이루며 귀한 유적지인 동고산성과 남고산성 그리고 동학의 기념비적인 도시를 그린다 완주 편은 모악산과 대둔산, 만경강 등 자연 이야기가 핵심을 이룬다.

‘호남의 금강산’으로 알려진 대둔산과 소양의 위봉산성, 개발바람이 불었던 모악산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1995년 모악산 개발 바람이 불자 ‘모악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2000년대 초 17번 국도를 선형 변경하면서 사라질 뻔한 압대산을 터널을 뚫게 해 살려내는 등 필자의 업적들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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