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줄기-열매 까맣게 고사시켜
세균성 병해 개화기 5~7월 발생
도내 2020년 익산 과수원 첫 발생
점액 유출로 빗물-작업구 등 감염
K-메리블라이트 92.7% 효과
기상정보 이용 예측모형 제공
예측정보시스템 전국 1,197개
과수화상병-가지검은마름병
올해 사전예방-집중방역 관리

여름철 기온 상승과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께 예상되는 장맛비 영향으로 과수화상병균의 감염ㆍ전파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상병균은 빗물을 타고 흘러 들어 다른 나무로 이동하거나 작업 도구에 묻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감염을 일으키고 다른 과수원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도 지난달 16일 취임사에서 청이 가지고 있는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과수화상병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제적인 현장관리와 함께 병해충 종합방제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신속한 진단기술과 예측정보시스템의 구축, 약제 방제 검증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과수 농가에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는 점은 과수화상병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의 방제 효율을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과수화상병원균의 발생과 관리  

과수화상병은 세균성 병해의 일종으로 감염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잎과 줄기, 열매를 까맣게 고사시킨다고 해서 국내에서는 ‘화상병’으로 불린다.

사과, 배, 장미과에 속한 일부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성 병해로 원인이 되는 병원균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다.

주로 개화기인 5~7월경 발생하는데 전염은 주로 꿀벌에 의해 이뤄지고, 비에 씻긴 병원균이 다른 나무로 이동해 전염되기도 한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31일 처음으로 익산의 사과 과수원 1곳 3.6ha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이전 몇 년 동안 충청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던 과수화상병이 전북에서도 발생해 전북도 농정당국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당시 발생 시군인 익산시는 과원의 출입을 제한하고 인접된 시군인 전주, 군산, 김제, 완주를 발생 우려 시군으로 지정하는 등 권역별 대응강화 방안 등을 마련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2015년 처음 발생했고, 2019년에는 10개 시군 188농가 131.5ha으로 발생이 확대돼 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 안성의 배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뒤 경기, 충남, 강원, 전북 등으로 확산했다.

발병 뒤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지금까지 병원균을 다스리는 뾰족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없는 상태다.

전파력이 강한데다 치료제가 없는 탓에 감염이 확인된 나무 반경 100m 이내 과수 전부를 뿌리째 뽑아 태우고 이를 땅에 묻어야 한다.

화상병균은 습도가 높고 온도가 섭씨 25~27도가 되면 점액 형태로 유출된다.

화상병균은 빗물을 타고 흘러 다른 나무로 이동하거나 가위나 톱, 장갑 등 작업 도구에 묻어 나무 간 감염을 일으키고 다른 과수원으로 전파될 수 있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점액이 길게 늘어지며 바람에 의해 확산되기도 한다.

사과ㆍ배 재배 농가는 장마 전 미리 물길을 정비해 다른 과수원으로 빗물이 흘러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비가 오거나 그친 뒤 바로 과수원에 들어가 농작업을 하면 작업 도구나 작업복이 화상병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비가 그치고 과수원 내 빗물이 완전히 빠진 뒤 출입해야 한다.

매몰이 끝난 과수원은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흙이 쓸려 내려갈 수 있으므로 매몰지 경사지에 비닐 덮개를 덮어주고 물길을 정비해 빗물이 다른 과수원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과수화상병 예측 시스템 개발  

사과, 배의 개화기 방제를 위해 적기를 알려주는 화상병 예측시스템이 나왔다.

농진청이 개발한 예측시스템은 개화기 화상병 감염 위험 정보에 따라 적정 방제시기를 알려주는 ‘K-메리블라이트’ 예측 모형을 기반으로 한다.

K-메리블라이트는 미국 동부지역 화상병 발생자료를 이용해 개발한 ‘메리블라이트’ 예측 모형에 우리나라 사과·배 발아일과 개화 시작일, 낙화 종료일 등을 추가해 국내 환경에 적합하게 개선한 것이다.

사과·배의 생육단계와 기상정보를 이용하는 메리블라이트 예측 모형은 개화기의 꽃 감염 시기를 예측해 방제 적기를 제공하고 꽃과 궤양이 존재하는 가지, 어린 가지에서의 화상병 증상 예상 출현일 등을 제공한다.

과수화상병은 궤양에서 월동한 병원균이 방화곤충에 의해 사과, 배 개화기에 꽃으로 옮겨져 발병이 시작되므로 제때 방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존 과수화상병 방제 효과가 76.5%에 그친 데 비해 이 모형을 기반으로 2회 약제를 처리한 결과 방제 효과가 약 16% 높아진 92.7%로 나타났다.

또한 농가에서 처음 꽃이 마른 증상을 발견한 날짜와 ‘K-메리블라이트’가 예측한 증상 날짜를 비교한 결과, 농가 발견 최소 3일 전에 꽃 마름 증상을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농진청은 ‘K-메리블라이트’를 기반으로 과수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fireblight.org)을 구축하고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메리블라이트(Maryblyt) 프로그램은 농업인이 생육과 기상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반면, ‘K-메리블라이트’ 기반 과수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은 기상자료 입력과 품질관리, 사과와 배의 생육단계 추정, 방제 적기 알림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자동으로 구동되도록 개발됐다.

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은 농촌진흥청과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전국 1천197개 지점의 기상 정보를 활용해 구축했고, 현재 농업인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3개 지점의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농업인은 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방제 적기에 따라 2회 이상 적용 약제를 뿌려야 하며, 위험 경보 발령 시에는 24시간 내 적용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선문대학교 윤성철 교수는 “과수화상병 예측 정보를 활용하면 병원균에 감염되는 시기에 맞춰 약제를 살포함으로써 불필요한 약제 남용을 막고, 효과적으로 화상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농정 당국의 의지와 농업인의 적극적인 실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개화기 예측 정보에 따라 약제를 2회 이상 사용하고, 약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정량의 약제를 다른 농약과 섞지 말고 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생 위험도 높은 과수화상병 대책  

이달 들어 지난 7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전국 사과ㆍ배 과수원 및 묘목장을 대상으로 ‘과수화상병·가지검은마름병 2차 발생 조사’를 실시한다.

이 기간에 대상지별 병 발생 실태를 추가 조사하고, 농가의 실천사항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또한 과수화상병 발생 위험도가 높은 과수원 또는 기주 관리 방법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 한다.

지난 8일 기준 과수화상병 발생 현황은 전국 146농가 67.4 ha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발생 농가는 약 54% 감소했고, 발생면적은 약 55% 줄었다.

하지만 비가 연속해 내린 이후 온도와 습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과수화상병 발생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으므로 과수농가에서는 자가 예찰을 강화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해당 시군농업기술센터나 전국 병해충신고 대표전화(1833-8572)로 신고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부터 사전 예방 및 집중 방역관리로 대응체계를 개편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12~3월) 전국 사과ㆍ배 나무 궤양 제거 완료 △중앙-지방 농촌진흥기관 합동 예찰 및 의심 주 집중점검 △과수화상병 발생 예측모형 활용 적기 방제 및 약제 방제 확대 체계를 구축했다.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노형일 과장은 “해마다 비가 연속해 내린 이후 과수화상병 발견 신고가 증가하고 7월 하순부터 9월까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며 “올해 추석은 여느 해보다 일러 명절 성수품인 사과, 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농가에서는 장마기 과수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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