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정치권 특히 민주당에서 많이 사용했던 말로 ‘졌잘싸’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을 줄인 말로 결과적으로 패배했지만, 과정만 보면 명경기를 보여주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실력은 보장되어 있었으나, 초반부터 우승 후보를 만나는 악운에 걸려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떨어진 사람이나 단체 등에 위로용으로 주로 쓰이는 말이다.

주로 언론 등에서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구기 종목이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스포츠에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패배가 불러오는 큰 상실감을 상쇄하기 위해 위로책으로 내놓는 문구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메이저 국제대회에서는 한 번쯤은 꼭 등장하는 단골이다.

이와 반대말로 영어에서는 ‘Sore Loser’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패배에 승복하기보다 여러가지 변명이나 구실 등을 패인으로 내세우는 패배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찌질한 패배자'라는 말이다.

민주당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 ‘졌잘싸’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Sore Loser’의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은 전쟁으로 표현한다면 전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성을 두고 전쟁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 국회의원으로 본다면 지역구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당으로 그 기반이 크게 확대되어있는 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역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지역 기반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는 당이다.

그리고 역대 대선에서 집권당의 프리미엄으로 10년의 집권이 이어져 왔다.

이런 구조로 본다면 민주당에서 대선에 패배한 것을 ‘졌잘싸’라고 하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헌정사상 최소 격차인 0.73%포인트(24만 7,077표) 석패지만,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만큼 대선 패배는 난공불락의 큰 성을 어이없이 빼앗기는 뼈아픈 패배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곧 이어지는 다음 지방선거를 위해 와신상담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패배를 하고도 ‘졌잘싸’라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며 안일했던 것은 지방선거를 또다시 패배로 만든 것이다.

지방선거는 전쟁으로 표현하면 크고 작은 많은 성을 두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대비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재를 만드는 것으로 예정된 패배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나친 안일함으로 일관했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민주당 자신들도 패배를 예견하면서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몇 가지 일을 살펴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한 검수완박을 위해 밀어붙이기식 법안 통과는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하였다.

꼼수 탈당이라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새로운 정부 시작을 코앞에 두고 진행한 것은 무언가 검찰에 대해 안심하지 못할 사연을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수사권 확대로 인한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진행한 것은 다급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한 매체를 통해 “6월 1일이 (지방선거가 아닌) 국회의원 선거였으면 (당이) 검수완박이라는 당론 결정을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였다면 정무적 판단으로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대선의 패배는 큰 성을 적에게 빼앗기는 수모와 같은 것인데 패장격인 대통령 후보였던 당시 이재명 후보는 만만한 지방의 작은 성을 수성하기 위해 또다시 출마하였다.

처음부터 게임의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처럼 여겨 지역구보다는 전국을 돌며 지원하기 위해 총사령관이 되어 진두지휘하려 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역구조차 수성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전국을 돌며 지원하려는 애초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 국민들도 정치적 상황판단에 수준이 낮지는 않은 듯하다.

선거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판세가 바뀌었다.

이러한 상황은 애초에 민주당의 ‘졌잘싸’라는 안일한 태도가 더욱 크게 만들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민심을 알게 되었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구태의연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이다.

지나간 시간에 매여있으면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게 된다.

과거라는 견고한 끈이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변화보다는 지난 시간을 붙들고 계파별로 서로 공격하기에 바쁘다.

물론 정치인들은 지지자들의 변하지 않는 지지를 통해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의 강성 지지자들에 의한 팬덤정치는 도리어 득(得)보다는 결과적으로 실(失)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팬덤정치를 옹호하고 있는 것 같아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오는 총선에 팬덤정치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또한 지나친 계파간의 다툼은 자중지란이 되어 국민들에게 이전과 전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힘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결속보다 상호 비방을 통해 다투는 모습은 정치인들의 구태의 모습이다.

여당으로 현재 국가의 어려운 상황에 모두가 힘을 모아도 부족한 실정인데 그러한 다툼은 국민들의 눈에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이제 여야를 구분하지 말고 모두가 현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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