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공적연금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개혁을 강조하고, 경제계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개혁 과제는 무수하다. 그러나 개혁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하나씩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Friedman은 자신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에서 완전경쟁 시장이 보장된다면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별도의 연금제도를 두지 않아도 복지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Friedman류의 분석에 찬성하지만 경제현실은 여전히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부르고 있다. 노파심일지 모르지만 국가권력이 최소 개입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연금제도는 독일의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노동의 생산력 유지를 위한 대책으로 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복지정책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스마르크의 생각도 시장기능의 보완 내지 생산력 유지를 통한 국가의 번영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 근본적으로 양대 입장을 살피면서 우리의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데도 불구하고 첩첩산중이라고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가입대상 인구 2,925만 명 가운데 61%인 1,780만 명 가입에 그치고 있다. 무려 1,145만 명이 국민연금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다. 배제된 인구 가운데 400만 명 정도는 지역의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이다. 그만큼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에게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인지하는 바와 같이 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출생률과 가장 빠른 고령화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그래도 국민연금에서 배제되는 인구특성과 산업에서 이들을 흡수하지 못하는 원인 등을 진단해야 할 것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지역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가 크게 줄어든 사실이다. 이들은 2015년 560만 명에 이르렀으나 7년도 안 된 지금은 400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2022년에 들어서서도 6개월 만에 7만 명 정도 줄어들었다. 

우리는 여기서 국민의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의존도 또한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대로 조금 더 많이 보험료를 내고 조금 덜 보험금을 가져가면 연금소진 시기를 2057년보다 더 미룰 것이다. 국민연금제도 운영을 직접 담당하는 공단은 사각지대 해소와 연금기금운용 수익률을 올리는데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와 수요자인 국민의 바람을 공단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여기서부터 제도개혁의 단초를 찾아내고 대책을 마련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국민의 노후소득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률 61%도 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가입률을 높이려면 Friedman의 생각처럼 시장의 완전경쟁을 보장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며 완전고용을 달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독점과 국제시장의 원료난, 유동성 증대, 고금리 등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넘쳐날 때 Friedman의 생각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규제개혁과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 보장, 시장경제의 활성화가 더욱 더 요구되는 바이다. 그런 일을 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선도적으로 하자는 게 정부의 요구이다. 

그러나 지역가입자가 2021년 말보다 12만 8천 명이 줄어든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가입자 361만 명 수준은 2015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의 가계를 강타해 국민연금보호망에서도 이들을 이탈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으로부터의 이탈은 머지않은 장래에 국가의 복지재정지출을 압박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책이 재기의 사다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보호망을 떠난 국민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Friedman의 선택할 자유를 우리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을 때 공적연금의 안전장치도 든든해질 것이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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