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인건비 계속 오르고
금리-임금인상까지 '삼중고'
건설자재난 공사착공도 줄어
철근값 t당 107만9천원까지↑
레미콘가격 ㎥당 15.7% 인상
올해 비금속광물 상승세 심화
러-우사태 공사비상승 압력커
하반기 금리 추가인상 예고
'정적임금제' 도입 움직임
현장 셧다운 현실화 우려속
尹정부 규제개선 법안 속속
올해 말까지 긴급입찰 발주허용
선금-하도급대금 지급기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법제화 등
건설업 환경개선 속도내야

건설업계에 ‘삼중고’의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향후 추가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하반기 건설업계가 받을 압박이 여전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리와 임금인상은 자재가격 인상과 함께 건설업계에 더 없이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개선을 위한 법안들을 발의하는 등 건설업의 환경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체감하기는 힘들 정도다.

이는 전국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전북지역 건설업체들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는 고통이다.

수주경쟁에 자재가격 급등까지….

이러다가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말들이 절로 흘러 나오고 있다.

‘삼중고’의 세찬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삼중고에 첫 삽도 못 뜰라... 불안불안 

“수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자재가격은 그칠 줄 모르고 오르는데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건설업계의 이중, 삼중고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전북지역의 한 건설사 임원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른데다 최근 금리와 임금 인상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올해 하반기에도 전북지역 건설현장은 삼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 착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금리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도 건설활동 위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철근 등 금속자재부터 시작된 자잿값 상승은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시멘트, 레미콘, 아스콘 등 비금속자재로 옮겨 붙었다.

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건설기업의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건설현장의 착공을 가로막았다.

우선, 건설업계와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원자재값은 그칠 줄 모른 채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건설자재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재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시멘트나 레미콘 등 비금속 자재 가격이 올 상반기 크게 상승하면서 20년 새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하반기에도 가격 하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최근 관련업계 자료에 따르면 철근(SD400 기준)은 건설 기준가격 중심으로 지난해 7월 t당 86만2천원에서 현재 107만9천원으로 21%가 오른 상태다.

철근은 전체 건설자재비에서 35%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형사 기준 공사비가 7% 이상 초과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라 현장에 납품되는 레미콘 가격은 ㎥당 15.7%가 인상됐다.

지난해만 해도 ㎥당 6만7천700원이었던 레미콘 가격은 현재 8만300원으로 올랐는데,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자재가격 상승이 철강재와 금속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올 들어서는 시멘트와 레미콘 등 비금속광물의 상승세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가격의 상승은 레미콘, PHC파일, 석재 등 연관 자재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향후 비금속 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건설 자재값의 상승이 건설산업 전반에 발목을 붙잡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자재난이 내년에나 풀릴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전망도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가격이 급등해 건설공사비 상승 압력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건설 자재가격 상승은 물론 수급 악화, 착공 지연 등으로 이어져 회복세에 있는 건설경기의 위축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 자재뿐만 아니라 이자와 인건비 등 건설현장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져 전북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건설현장이 공사 진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ㆍ전문건설업체는 다양한 자재공급이 어렵고 자재를 우선구매 하더라도 단가 변동에 대비가 취약한 구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부가 나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검토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ㆍ임금인상 충격 하반기도 본격화되나  

더 큰 문제는 자재난에 이어 금리·임금인상의 충격이 하반기에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빅스텝(50bp) 인상한 것은 물가와 인플레 기대심리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이미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했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된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달 빅스텝 이후 올해 남은 세 차례 회의에서 50~75bp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하반기 중에 물가가 고점을 찍고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과 향후 경기 침체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른 건설업계의 인건비 상승 압력도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하도급에서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건설산업 구조 속에서 가장 아래에 속해 있는 건설근로자는 일을 하고도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건설근로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마련한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에 연내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 마련 계획을 포함시켰고, 국토교통부는 이미 적정임금 산정 방식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공사 현장의 셧다운 사태도 지난 4월 전북지역을 포함한 호남ㆍ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업체들로부터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는 물가인상분 관련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인 32개 시공사, 60여곳의 현장을 멈추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주요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사업자로 구성된 연합회 측은 “급격한 자재비 인상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기존 수주한 공사비로는 현장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단했던 공사를 재개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 대규모 셧다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을 비롯한 호남·제주 철근콘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도 지난 4월 20일 하루 전국 200개 현장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원청사와 협상 끝에 공사를 바로 재개했지만 공사 중단의 불씨는 언제라도 남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다양한 노조파업 사태를 겪었는데, 하반기에는 인건비 상승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 증가하면서 공사 진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하반기 자재값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한 민간 건설사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자재비도 문제이지만 생계와 직결된 인건비를 두고 의견차가 커지면 셧다운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대형 건설사는 보통 1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해 당장 공사가 중단될 위험이 덜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중간 중간 자재를 납품 받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도한 건설업계 규제, 개선 나서야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개선을 위한 법안들을 발의하는 등 건설업의 환경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올해 말까지 국가 재정정책 상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모든 경쟁입찰을 긴급입찰로 발주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는 경쟁입찰의 경우 올해 12월 31일까지 입찰공고 한 계약분에 한해 원칙적으로 긴급입찰로 발주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재정집행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선금·하도급대금 지급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여기에 계약상대자 협조가 필요한 하도급대금은 계약상대자와 협의해 신규 계약부터 계약문서에 반영하고, 기존 계약분도 지급기간이 단축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원인인 계약불이행에 대해서는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하지 않고, 귀책사유가 없는 이행지체의 경우에도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건설현장 불공정 행위 개선, 하도급대금 유용방지 등 정책과 법안들도 추진 중이다.

우선,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납품단가연동제 추진을 위한 실무 논의에 착수해 제도 마련을 위한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과 관련된 수많은 물가지수 중 어떤 것을 활용해 제도화하는 것이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제도마련을 위해 어떤 산정방식을 도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기존에 갖춰진 조정협약 가이드라인 등을 강제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위한 법제화도 추진되고 있다.

여당은 재해 예방에 힘쓴 경우 처벌을 완화해 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박대출 의원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기존에 구축돼 있는 직불시스템을 고도화해 하도급대금 등의 유용을 원천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금지급시스템이 갖춰야 할 필수기능 및 안내 의무 규정 △공사대금 구분 청구·지급 방법 및 절차 규정 △선지급금 및 선급금의 적정 관리 규정 등을 고시에 담아 행정예고 했고 이를 이달 중 발령한다는 방침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자재가격 인상이 현재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공사를 할 수록 손해”라며 “자재 업체들은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전문건설업계에서는 하도급대금 인상 카드라도 있지만, 종합건설사들은 공사비 보전 방법이 없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과도한 건설업 규제가 연달아 이뤄지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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