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8월이 시작됐다.

하한정국이 시작됐지만, 한가롭지 못한 게 전북 정치권의 현실이다.

특히 8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전북 정치의 위상이 달라지게 된다.

폭염보다 더 뜨거운 게 전북 정치의 현 주소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중앙당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새로운 진용 구축이 불가피해졌다.

비대위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앙 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5G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그러나 중앙의 여야 정치 어디에도 전북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갈수록 더 소외되는 것 아닌 지 도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8.28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국회의원, 즉 2024년 치러지는 총선 공천까지 담당할 지도부를 뽑는다.

8월 한달 동안 전국 각지에서 당원과 국민의 여론을 듣고 강력한 지도체제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북의 중심정당이다.

전북이 핵심 지지기반이고 전북의 지지를 통해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 온 정당이다.

지난 3.9 대선 경선에서도 전북은 이재명 당시 후보를 전폭 지지했고 호남 승부처의 물꼬를 이재명으로 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오는 8.28 전당대회에선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의원 등 3인이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도 전북이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가 관심사지만, 정작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그다지 언론에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원래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윤덕 의원(전주갑)을 제외하곤 “친명 라인에서 자리잡았다”는 평을 듣는 이가 드물고, 그렇다고 장수 출신의 박용진 의원을 적극 지지한다거나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강훈식 의원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전북을 굳이 챙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어차피 민주당의 지지기반이라는 점을 의식해 전북을 적당히 대우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집권 여당도 분위기가 더 어둡다.

전북을 대변해 왔던 익산 출신 조수진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31일 사퇴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물러난다”며 여권의 전면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수석최고의 전격 사퇴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대위원회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서 전북은 여야 어디에도 ‘전북이 없는’ 유례없는 정치 환경에 놓이게 됐다.

여당과 야당 지도부에서, 명색이 전북 출신 인사가 부재했던 적은 없었다.

전북은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도 여든 야든 중앙당 중심에 지역 출신 정치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앙 무대는 그렇다 치고 지역 정치는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마무리된 도내 의원들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결과를 보면 그 역시 잘 됐다는 평가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정 상임위에 지역구 의원들이 중복 배치되면서 지역 정가내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의원들 입장에선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건 차기 국회의원 총선이다.

2년 뒤 총선에서 다시 당선되느냐가 최대 목표일 수밖에 없다.

여론의 비판을 좀 받더라도, 일단 지역과 차기 총선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를 선택하는 게 여러 측면에서 이롭다 생각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이런 속사정을 알면서도 전북 정치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건, 이렇게 가다가는 전북 정치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지역구 현역 의원은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색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정치 색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차기 총선 공천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차기 총선을 겨냥하는 경쟁자, 입지자들 역시 미리부터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차기를 겨냥하는 민주당 성향 정치인이라면 8월 전당대회에 앞서, 남보다 빨리 자신의 지지 후보를 공개 선택하는 것도 좋은 승부수가 될 것이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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