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작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처음 ‘어대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뜻이다.

줄인 말의 의미로 봐서는 대선이 끝났으니 이제 ‘어대명’이라는 말을 들을 일이 없을 것처럼 생각했는데 대선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주어만 조금 달라졌을 뿐 ‘어대명’이라는 말은 마치 유행어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예고되는 순간부터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즉 ‘어차피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부터 유행한 줄인 말은 전 세대로 번졌고 정치권에서도 이런 약어를 모르면 정세를 읽지 못할 정도가 됐다.

‘어대명’도 셀 수 없이 많은 줄인 말 가운데 하나이지만 다른 줄인 말과는 좀 다르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문장을 줄여 쓰는 유행어는 상당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데 ‘어대명’은 사용빈도도 여전하고 수명 역시 길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어대명’에서 ‘어차피’라는 단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에는 좀 더 깊은 의미가담겨져 있다.

‘어대명’이라는 줄인 말이 위의 둘 중 어떠한 의미로 쓰이든 ‘어차피’는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문장 속에서 ‘어차피’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부사로 쓰일지 모르겠지만 ‘어차피’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또는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든지”임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자조 섞인 상징적 단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군소후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재명을 넘어 대통령 후보 또는 당대표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현실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가 아무리 뛰어나도 오직 이재명만 지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은 그에 견줄 만한 후보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어대명’은 민주당에 대한 국민과 민주당원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민주당원들의 민주당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얼마나 큰가를 드러내주고 있다.

이를 ‘어대명’이라는 팬덤(fandom)의 요구와 열망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어대명’의 팬덤은 민주당의 팬덤이기도 하다.

‘어대명’이라는 팬덤은 민주당이 기득권화 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의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대명’이라는 팬덤을 결국 민주당이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대명’은 민주당의 개혁을 통해 다음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를 바라는 간절함의 산물일 수 있다.

개혁을 외치지만 실제로 개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회의적 고민의 결과일 수도 있다.

어떠한 후보이든 국민과 민주당원들의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대명’의 신드롬은 잠잠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대선까지도 ‘어대명’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과 민주당원은 어쩌면 더 많은 ‘어대명’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각각의 후보가 각자의 팬덤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민주당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는 다양한 ‘어대명’이라는 팬덤은 분열을 뛰어 넘어 민주당의 원동력이자 정권교체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