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만5세 취학이냐' 전국이 부글부글

아동발달-교육과정 고려없이
교육부 학제개편 일방적 발표
의견수렴 과정없이 추진 비난

만3~5세 놀이중심 교육과정
초등교육과 분명한 차이있어
경제적 논리만 적용 탁상행정

유아 놀권리-행복 고민없어
전교조 등 교육전문성 무시돼
아동-행복권 우선하라 당부

전북 교사노조, 만5세 강행
박순애장관 퇴진 강력요청
조기 사교육 부담만 강화

# 교육부 초등입학 연령 하향 졸속추진

교육격차 해소 25년부터 단계적 시행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참가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학제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참가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학제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현행 만6세에서 만5세로 변경되는 교육부의 방안이 지난달 29일 발표되자 여름날 못지 않게 전국적인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질높은 교육환경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각 시도교육청 및 교원단체 등 관련기관과 단체들은 시기상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 폐기할 수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성난 국민들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한여름보다 뜨겁게 전국을 달군 만5세 취학 관련 정책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  

정부는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만6세보다 1년 더 빨리 입학이 빨라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하면 초등6년, 중학교 3년, 고등 3년 등 의무교육은 기존대로 12년을 고수하되 그 과정을 5세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시기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2025년 5세 어린이 중 1월에서 3월생은 입학 대상이 된다.

또 2026년에는 1월부터 6월생, 2027년에는 1월부터 9월생 그리고 2028년에는 모든 5세 어린이가 대상이 된다.

2019년에 태어난 일부 어린이들이 당초 예정보다 1년 일찍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유아단계의 교육격차 해소가 이번 방안의 실행 배경이다.

교육부는 이번 학제개편을 위해 TF팀을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고, 올해 하반기까지 학제 개편 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최종 시행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2024년에는 시범실시 지역도 실행할 뜻도 덧붙였다.

이 방안이 실행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에 커다란 파장이 예고된다.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 연령이 현재보다 1년 빨라지게 되고, 사회경제활동 인구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빨라짐에 따라 덩달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가정생활도 변화가 예고될 전망이다.


▲ 순탄치 않은 학제개편  

교육부의 방안이 발표되자 대한민국 전역이 끓어올랐다.

교육부의 이번 학제개편안은 아동발단단계와 교육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북에서도 교사노조연맹이나 전교조 전북지부, 전북교총 등에서 성명서를 내고 이번 학제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아동 발달 단계와 교육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보며 특히 교사노조를 비롯한 교원단체 등 교육계의 의견수렴을 전혀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유아교육은 아동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만3~5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이어지는 초등교육과는 교육과정과 내용에서 연계성이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유아교육에서는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의 교육과정을 만 5세 아동들에게 적용했을 때 아이들의 인지발달상 적절한지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선행되어야 마땅함에도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그러한 절차 없이 경제적 논리만을 적용한 탁상 행정의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는 유아의 놀 권리, 배움의 권리, 성장의 권리 등 아동 행복의 관점에서의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입학 연령을 일괄적으로 하향하겠다는 것은 아동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아와 초등 교육의 전문성을 모두 무시하는 교육 무지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중요한 교육정책 추진시 교육전문가인 현장 교원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함에도 그러한 절차를 생략해 발생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앞으로 대국민 토론회와 같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교육계 내부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을 정책 실험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나 안타깝다”며 “교사노조는 교육 당국이 아동 행복과 성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정책을 고민할 것을 당부하며 교육부에서 현재 검토 중인 만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북교사노조는 나아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이들은 4일 성명서를 통해 “학부모 1,445명을 조사한 결과 만5세 입학 찬성은 9.3%에 불과했고, 현행 유지가 70.5%, 만7세 입학이 16.4%를 차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실제 초등 1학년에 입학시킨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도 현행 유지와 만7세 입학의견이 각각 50.0%와 40.2%를 보였고, 5세 입학은 4.8%를 나타내기도 했다”며 “입학연령 하향화 반대 이유는 발달에 적합하지 않아서가 61.8%, 학습부담 증가 19.2%, 사교육비 증가 17.3% 순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미첼 레스닉 MIT 석좌교수는 유치원을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했다. 창의적 학습 선순환을 경험해 창의적 두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5세 초등입학은 이런 유치원의 소중한 경험을 놓치게 된다”며 “전북교사노조는 만5세 초등입학을 강행하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만5세 초등 취학은 경제논리만 앞세워 유아의 특성과 발달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히려 조기 사교육만 조장하고 유아의 행복권을 박탈할 뿐”이라며 “학부모와 교육계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학제개편 추진에 분명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만3~5세 유아는 발달 단계에 따라 놀이 중심 누리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교실 크기와 형태, 화장실과 급식 등 시설 환경도 해당 연령 유아들의 심신 상태를 고려한 것”이라며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심도 있는 의견조사나 연구조차 없이 단순히 ‘요즘 애들 커지고 똑똑해졌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시기 유아의 경우, 1~2개월 차이만 나도 큰 발달 격차를 보이는 현실인데 연령이 다른 유아를 일률적으로 한 교실에 몰아넣은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생활, 교우관계, 학습에서 만5세 유아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학부모들도 뒤쳐질 것을 우려해 조기 사교육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5세를 공교육에 편입시켜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사교육 연령만 더 낮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곱씹어봐야 한다”면서 “실제로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조기입학 아동 수는 2009년 9707명에서 2021년 537명으로 줄어들었다”며“2019년 기준(OECD 교육지표 2021) OECD 38개국 중 26개국의 초등 취학 연령이 우리나라와 같은 만6세이고 만7세인 국가도 8개국인 반면 만5세는 4개국에 불과했다. 만5세 초등 취학은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령인구 감소로 만5세를 분산 취학시켜도 큰 부담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농산어촌은 학령인구가 줄겠지만 인구가 유입되는 신도시 학교는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 수 있다”며 “평균이 함정에 빠져 현실을 왜곡한다면 도시 학교의 과밀은 더 가중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사회 입직 연령을 낮추고 생산 가능 인력을 늘리는 취지에 대해서도 “대학 진학에만 매몰되고, 대학생이 돼도 온갖 스펙을 쌓느라 몇 년씩 휴학하는 현실이 입직 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고질적인 학력주의 병폐를 해소하고 고교 취업을 활성화하는 법ㆍ제도 마련, 직장 문화 개선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책기획과정에서부터 학교현장, 교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학교현장이 공감하는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와 교육부는 생활지도법 마련, 학급당 학생수 감축, 비본질적 교원 행정업무 폐지, 돌봄 방과후학교 지자체 이관 등에 대한 복안을 마련하고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도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학제개편안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전체 교육 기간을 1년 줄여서 교육예산 부담을 줄이고, 사회 진출을 1년 앞당겨 생산 가능 인구를 빨리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인력을 기르라는 등 교육을 교육으로 보지 않고 경제적 논리에 매몰돼 교육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태이며,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다르면 현재 OECD 38개 회원국 중 만5세 입학은 영국계(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4개국 뿐이고, 26개국이 만6세를 채택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 교육 강국들은 만6세도 빠르다며 만7세에 입학한다.

만5세에 입학한다는 영국계 4개국도 초등1학년으로 입학하는 것이 아니다.

Prep학년이라고 1학년 밑의 일종의 예비과정을 다니는 것으로, Prep과 12년을 합하여 총 13년의 초중고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은 만6세에 1학년으로 입학해 13학년까지 김나지움 다니고 대학에 진학하는 주도 있다.

그러니까 만5세 입학 후 12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하겠다는 학제개편안은 미리 살펴볼 수 있는 해외사례도 없는 셈이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번 학제개편안은 아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부모들을 위한 것일까? 초등 1학년은 지역의 돌봄 체계가 아직 자리잡지 않아 부모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고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오히려 학교 적응에 대한 우려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나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학부모단체들도 학제개편안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냈다”며 “교육정책은 다양한 연구와 당사자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마련되어야 한다. 학제라는 것을 탁상에서 졸속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박순애 장관은 이번 만5세 조기취학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담당자를 문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또한 학교 다양화라는 미명하에 자사고를 유지하겠다거나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겠다는 등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정책 흐름을 당장 중단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한 성장을 위하여 마땅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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