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권 차기 리더 부재 대안 있나

중앙무대 호남정치인 안보여
광주전남 의원 많아 버텨도
전북 지역구의원 10명 한계
DY-SK 등 당대표 화려 대조

전대 호남 들러리 머물수도
대표-최고위원 수도권 강세
송갑석 최고위원 도전자
유일한 호남의원 지지낮아

약해진 정치환경 복원위해
지역 정치인 중앙무대 도전
전주을 '공천-무공천' 팽팽
전북의원 입장정리 의견내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이재명)

전북을 포함한 호남 정치권이 위기 국면에 빠졌다.

전북은 차세대 리더가 눈에 띄지 않고, 광주전남권도 전북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서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최근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화려하게 이어져 왔던 중앙정치의 호남 인맥이 이제 뒷선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호남정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역민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때다.
/편집자주


/전북-호남, 중앙무대 “설 자리가 없다”/

전북, 호남 정치인들이 중앙정치 무대를 이끌던 시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여당이나 야권에서 호남 지역 출신 유력 인사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어서다.

광주전남은 그나마 인구가 많고 지역구 의원 수가 많으니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전북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여야의 중앙정치 인맥을 살펴보면 호남권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호남권이 대부분 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해 오다 보니 이런 현상이 굳혀지게 됐다.

과거 정치사를 돌아보면 호남 정치는 계속 변방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1997년 대선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중앙정치 전면에 부상했다.

그 전까지 외곽에 자리하고 있던 호남 인사들이 중앙 무대로 진출했고 지역균형 발전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전북에서도 조세형, 한광옥, 김원기 등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중앙 정치에 부상했다.

DJ가 청와대로 가면서 당시 집권여당이 된 새정치국민회의는 김제 출신 조세형 대표대행 체제로 출발했다.

조 전 대행에 이어 한광옥, 김원기 등 중진과 장영달, 정동영(DY), 정세균(SK), 이강래 등 신진 인사들이 전북 정치 위상을 높였다.

2002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DY는 노무현(전 대통령)과 맞붙어 패했지만 2007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이 때 DY 대선 캠프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 등이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DY의 대선 패배 후 중앙에서는 SK 시대가 열렸다.

SK는 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전북 그리고 호남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여야 어디에도 호남의 유력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북은 SK의 총리직 사퇴를 기점으로 중앙 인맥이 끊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북 인맥은 더 빠르게 약화됐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영남권을 주축으로 하다보니 전북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수도권 정당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전북 위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선거 때 표만 찍어주는 위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역내 우려가 크다.


/민주당 8월 전당대회, 호남권 들러리 전락/

문제는 오는 8월28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는 2024년 차기 국회의원 총선 공천까지 담당하게 된다.

그래서 정치권 관심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4일 현재 당 안팎 분위기를 보면 호남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들러리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군에서 수도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군은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의원 등 3명이다.

안동 출신 이재명(인천계양을), 장수 출신 박용진(서울강북을) 그리고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강훈식 의원이다.

1명을 선출하는 대표와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호남이 들어갈 지가 관심사다.

대표는 이재명 의원의 강세 속에 박용진 의원의 추격전 양상으로 파악된다.

최고위원 후보군 중에선 송갑석 의원(광주서구갑)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이다.

최고위원 경선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까진 수도권 인사들의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일 발표된 조사 결과,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정청래 의원이 18.5%로 1위, 고민정 의원이 12.0%로 2위였다.

3위부터는 격차가 컸다.

윤영찬 의원(4.1%)이 3위 그리고 뒤를 이어 박찬대 의원(3.5%), 장경태 의원(2.5%), 서영교 의원(2.2%), 송갑석 의원(1.6%), 고영인 의원(1.0%) 순이었다.

‘지지후보 없음’은 41.6%였다.

물론 오차범위가 있고 아직 선거 초반이니 순위는 충분히 뒤바뀔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7.1%.(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전당대회의 대표와 최고위원 본경선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비율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여성 후보 1명이 최고위원에 들어가기 때문에 남성 후보는 4위 안에 들어야 최고위원이 될 수 있다.

송갑석 의원이 최고위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호남의 권리당원 표심이 집중돼야 가능하다.

호남 권리당원 비율은 대략 30% 정도로 알려진다.

따라서 호남이 집중 지원한다면 송 의원이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치열한 경쟁 통해 제2의 DJ-SK 만들어야/

지난 2016년에 치러졌던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호남권 선거 이슈는 ‘호남정치 복원’이었다.

호남권은 DJ-노무현 정부가 막을 내리고 보수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속적으로 힘이 약화됐다.

2017년 대선을 몇 년 앞두고 있었지만, 전북을 포함한 호남권은 지역 출신 대선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권은 2015년 안철수-정동영-박지원을 중심으로 제3신당 출범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 압승을 통해 확고한 제3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호남 주축의 제3세력은 갈 길을 잃었다.

실제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호남권은 묘한 상황이 됐다.

현역 지역구 의원들은 야당 소속이고,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은 대부분 원외였다.

여당과 야당의 위치가 바뀌었지만 호남 발전을 위해 국민의당과 민주당은 협치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찰개혁 등 주요 이슈에서 서로 손을 잡았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시 호남에서 압승했다.

국민의당(민생당)의 주축을 이뤘던 중진 의원들은 대거 탈락했다.

전북 중진 인사들이 전면에서 사라지게 된 배경이다.

전북이 아쉬운 건 중진 정치인들이 한꺼번에 여의도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 라인이 끊어지면서 전북 정치 위상도 하강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전북 정치권을 지켜왔던 정세균 전 총리가 여의도를 떠나면서 정권 핵심부에 전북이 사라지게 됐다.

이런 상황은 광주나 전남권도 마찬가지였다.

DJ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당시 의원마저 21대 총선거에서 패하면서 호남권은 중진 부재 현상에 직면했다.

전남의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호남권의 유일한 3선 지역구 의원이다.

이 같은 정치 환경을 바꾸기 위해선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 무대에 더 도전해야 한다.

송갑석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을 통해 “호남을 대표하는 후보로서, 정권을 되찾기 위한 호남의 강렬한 여망을 실현하겠다.

비수도권의 유일한 최고위원 후보로서 호남은 물론 영남, 충청, 강원, 제주 등 전국 각지의 민심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에서도 송 의원을 강력히 지지해 당 지도부에 호남권 교두보를 만들어줄 지 결과가 주목된다.

/전주을 재선, 22대 국회 총선 등 대책 필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도당위원장(전주병)은 기자들과의 사석 간담회에서 “내년 4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중심인 전주에 당연히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21대 공천 당시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반면 전주을 재선에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한 석을 잃더라도 2024년 총선을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전북 정치인들이 어떻게 의견을 모을 지가 관심사다.

의원들이 “공천은 중앙당의 몫”이라고 떠넘기기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기 대표가 전주을 재선 공천 문제를 결정하겠지만 그에 앞서 전북의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북 의원들이 모여 전주을 재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하고 “전북 문제는 전북이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2024년의 차기 국회의원 총선도 마찬가지다.

전북 발전을 위한 의제를 강력히 주창하고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당 공천에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가는 전북 발전은 차치하고 오히려 본인의 공천 심사에서도 지역 유권자들의 비토를 받을 수 있다.

당장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8.28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전북 정치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공공의대, 제3금융중심지, 4차국가철도망 등 미진한 지역 현안들을 전대 핵심 이슈로 만들어 지도부 후보를 압박하고 답을 이끌어내야 한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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