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필자의 고향은 완주군 삼례읍이다. 고등학생 시절 달뜨는 밤이면 만경강 제방 길을 홀로 거닐며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은 마음 그리워 저 하늘~ 반짝이는 금 물결 은 물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콜로라도의 달 Moonlight On The Colorado」의 한 대목이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후정리 밭에 가서 밤늦도록 콩대며 참깨, 들깨 대를 바로 위 형과 함께 수레로 날랐다. 바로 옆이 공동묘지여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또 백중날 가까이에는 찰방다리 옆 논에 가서 땀을 흘리며 김을 매야 했다. 지금은 향수로 아스라이 떠오르는 풍경이지만 내 마음을 닦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의지의 원천이다. 

인간은 원초적 본능에 의해 행위를 한다. 그 원초적 본능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유래한다. 즉 애향심이 인간의 행위 대부분을 규제한다. 플라톤은 자신의 고향 그리스 아테네의 이상향을 그리며 철학체계를 세웠다. 공자, 석가모니, 예수 등 성인들도 애향심을 바탕으로 인류를 구제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낙원을 건설하고자 했다. 이처럼 애향심은 인류의 발전동기이자 행위법칙이다. 애향하지 않고서 인간이 홀로 바로 설 수 없으며, 애향하지 않고서 공동체가 발전할 수 없는 법이다.

전북에서는 요즘 완주·전주 통합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애향심이 올바르게 작용한다면 통합이 성공하리라고 생각한다. 애향심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진실의 발로이며, 뜨거운 동료에 대한 사랑이며, 차가운 이성의 원천이다. 세계사의 흐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시공간개발 측면에서 초광역메가시티 건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보 사회의 심층화에 따라 광역시와 도 간의 통합움직임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과거 인구 팽창기에 지역단위로 나누었던 행정구역을 다시 통합해야만 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완주·전주의 통합은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미 대중교통은 광역적으로 이뤄지고 경제적인 협력도 확대되고 문화예술 협력도 여러 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행정통합이다. 행정은 공(公)을 위해 존재한다. 완주·전주 주민의 권익을 위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행정은 앞에 열거한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결단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이 정치를 결정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수립한 정책이 주관적인 사람들의 마음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교통과 경제, 문화예술 등 사회의 모든 하부구조를 튼튼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행정통합도 결국 우리의 애향심이 관건이다. 향수로 드러나는 애향심은 이성과 감성의 화학작용이다. 완주·전주 통합에서 이성의 법칙은 공리주의에 근거한다. 우선적으로 소멸위험지역으로 진입하는 완주군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광역적 차원에서 통합시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의제의 훼손 방지이다. 지난 몇 차례 통합논의가 무산된 것은 이 같은 대의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의제를 훼손하는 일은 반 애향적 폭거이다. 공리주의는 교통과 경제, 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감성의 문제이다. 완주·전주 통합 과정에서 전주 중심으로만 비쳐지는 것은 통합의 큰 장애물이다. 완주군민 특히 반대를 하는 군민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실행하는 일이 감정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자존심과 자부심은 결국 공리주의에서 발생되는 것이다. 또한 감성의 문제는 종속적이 아니라 주체적이며, 의존적이 아니라 독립적인 데서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두 지역 간의 통합을 촉진하는 민속예술과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전주한식과 완주 로컬푸드를 융합하면 두 지역이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로써 감성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과 2000년, 2013년 세 차례 시도됐지만 무산됐다. 무산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잘 헤아리고, 감성적으로 통합을 이룩하는 데 두 지역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두 지역의 정치적 행정적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야 한다. 완주·전주가 통합되는 날 우리 모두 두 손을 잡고 만경강 제방위에서 ‘향수’를 노래 부르자!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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