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많이 걸고 많이 받는다.

특히 정치에서는 더 그렇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걸 얻고, 지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걸 잃는다.

선거 과정과 그 결과가 너무 혹독하기 때문에 승자에게 “아량을 베풀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후보나 지지자들이 선거에 올인하는 문화가 생겨나는 이유다.

영남권과 호남권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에서 특정정당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충청처럼 절묘한 선택을 하는 지역도 있다.

충청의 선거 결과를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적정한 표심 분배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

호남의 올인 선거문화는 대단하다.

과거 1990년대 DJ 시절에는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가 있었고 실제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지난 2016년의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호남은 제3세력,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안철수-정동영-박지원-유성엽 등이 주축을 이룬 국민의당을 지지하고 새 정치를 기대했다.

국민의당은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호남에서 압승했다.

20대 총선거를 복기하는 건, 호남 민심이 올인하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 호남 유력 정치인들은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믿었고 이를 실행했다.

유권자들은 그들의 진정성과 미래비전을 보고 과감하게 힘을 실어줬다.

무조건 올인 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분열된 이후 호남 민심도 변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지역에선 “창당 초의 목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생겨났다.

특히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통합을 통해 ‘극좌, 극우가 아닌 극중을 지향한다’는 통합 노선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국민의당 분열로 인해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설 자리도 좁아졌다.

3선 이상 중진들은 그 다음 총선에서 전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러진 2020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거의 독식한 것.

호남 민심은 명분을 중요시한다.

또 그 당시의 이념도 중요하다.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정당 역사를 돌아보면 그 때마다 명분과 노선이 명확했다.

최근 호남 정치에 대한 지역 민심은, 전북은 물론 광주전남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영남권이 주도세력이고 국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이 주축이다.

그러다보니 3선 의원이 1명인 광주전남이나 재선이 최다선인 전북 정치권은, 여야 어디에서도 중심부에 들어서지 못하는 상태다.

문제는 전북이 야권지역이 되고 중진 의원도 없으니 현안 추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공공의대가 반증하듯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 지 감감무소속이다.

여야 핵심부에 전북이 없어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정치 환경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이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윤석열 정부 임기 5년 중 이제 겨우 100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총선은 아직 1년 10개월이나 남았다.

 그래서 내년 4월의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하느냐의 여부도 관심사이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는 더욱 중요하다.

재선거 결과는 이듬 해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된다.

내년에도 올인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지 지역 표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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