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심문관'의 고찰

영국 BBC 선정 위대한 작가 10인에 영국인들이 <도스토옙스끼>를 8위에 올렸놨습니다. <셰익스피어>가 1위, 아일랜드 국적이지만 영어권인 <제임스 조이스>를 그보다 상위인 7위로 선정했는데 [반지의 제왕]의 <톨킨>이나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조지 오웰>, <찰스디킨스>도 더 상위에 들어있더군요. 비영어권으로는 1위로 선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영국인들이 참으로 웃기는 인간들이에요. 저도 잘 모르는 SF 소설가보다 등위가 못하더군요. 다행히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명단에 없었습니다. 그녀가 들어갔다면 우리 식으로는 <龍大雲>이 들어가야 맞죠^^. 폴란드 출신이지만 영어로 글을 쓴 <조셉 콘라드>도 없었고요.

<도스토옙스키>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세계의 모든 작가들을 절망에 빠뜨립니다. 그처럼 존재의 본질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능력과 깊이를 갖지 못한 수재들에게 더 이상 펜대 잡을 생각 말라고요. 아마 뜻을 꺽은 작가 지망생들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 책은 두 가지로 분석되어져야 합니다. 하나는 등장인물의 연속성으로 분석으로, 두 번째는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책 속의 책인 [대심문관]에 대한 고찰입니다.

삼형제 중 주인공인 <드미뜨리(미샤)>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차이점은 직접 살인을 저질렀는 지의 여부인데 범죄의 성립과 무관하게 그들은 시련을 겪어야만하고, 이를 통해 구원받도록 설정되어있습니다.

여주인공인 <그루셴카>는 [죄와 벌]의 <소냐{처럼 순결한 영혼을 가진 여성이지만 [백치]의 <나스타샤>처럼 뇌쇄적 미모를 가졌습니다. 다만 [백치]에서는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고 동정심 뿐인 <미시킨>의 청혼을 거절하고 <로고진>에게로 가지만, 결국 그의 질투심에 살해당하는 것에 반해 <미샤>와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합니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惡을 두 가지로 분리합니다. 논리를 제공하는 수재 <이반>, 그리고 하수인이랄까 추종자랄까의 위치로 庶子이자 하인인 <스메르쟈코프>가 등장합니다. 아시다시피 <스메르쟈코프>가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표도르>를 살해하는데 그는 <이반>을 추종하여, <이반>의 바램이 친부살해로 생각했으나 오판으로 판명되자 자살합니다. 저로선 이 책에서 가장 힘들었던 판단이 <스메르자코프>에 대한 선악이었는데 과연 진정한 악인으로 설정했을까 아직도 의문입니다. 

<이반>은 로마카톨릭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적대감, 또는 <사탄>으로 설정했는데요. 인류사에서 가장 큰 논리적 쟁점인 소설 속 소설 [대심문관]을 창조한 인물입니다.

어쩌면 실질적 주인공이랄까, 이 책이 원래 그의 종교적 성장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알렉세이>는 善을 대변합니다. <조시마> 장로의 계승자이지만,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두 빌런들에 비해 존재감은 낮습니다.

줄거리와 인물 고찰은 어쩌면 간략한 줄거리 파악의 의미 밖에 없어서 그다지 의미 없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가치는 [대심문관]의 심층 분석에 있습니다. 아마 지루할 정도로 꼼꼼하게 분석해드리겠습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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