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헌 제80조에 대한 폐지 논란이 일자 일단 절충안으로 마무리했다.

당헌 제80조는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에 대한 것으로 제1항에서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이 조항은 그대로 둔 채 같은 조 제3항의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현행 규정 중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당무위원회’로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조항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제80조 1항은 법리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즉 이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할 것인지 임의규정으로 해석할 것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성격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진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문장이 “~~할 수 있다”로 끝나기 때문에 전체 문장을 임의규정이라고 보면 기소와 동시에 반드시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지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강행규정으로 볼 소지도 있다.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라는 부분을 ‘정지하여야 한다.

그리고’라고 해석한다면 기소되면 재량의 여지없이 당연히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있음에도 고민 없이 무조건 강행규정으로 보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 규정을 분석한 한 국문학자도 모호성에 대해 공감하고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현행 규정도 임의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규정에서 직무정지라는 강력한 조치는 강행규정인데 이러한 조치를 취해놓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임의규정이라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직무정지에 해당할 정도면 사무총장이 ‘반드시’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게 지극히 타당하기 때문이다.

제80조 1항은 사실상 실익이 거의 없는 규정이기도 하다.

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기소되었다면 거의 100% 사무총장은 제80조에 따라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것이고, 제80조 3항에 따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윤리위(당무위)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판단해 직무정지 징계처분을 취소할 것이 뻔하다.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 이를 반증해준다.

다음으로 제3항에서는 징계처분을 취소할 것인지 정지해야 할 것인지 3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하고 있는데 30일이란 기간 역시 문제가 있다.

‘30일’은 매우 긴 기간으로 설사 징계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당사자는 물론 당이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후이다.

따라서 이 기간을 아무리 길어도 7일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소와 동시에 무조건 직무를 정지하거나 불필요하게 의결기간을 늘려 당사자 및 당이 망신당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처럼 제80조는 문제가 많은 규정이니만큼 차기 지도부에서는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제80조 전 규정을 폐지 수준에서 재검토를 추진해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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