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매매 거래절벽에 서민-공인중개사 고통

한은 사상첫 기준금리 4연속 올려
경기침체우려-집값고점인식까지
구매심리 꽁꽁··· 전북공인중개사
3천317개소 영업 신규등록 급감
폐업도 200~300대 꾸준히 유지
대다수 한달 한건도 계약서 못써
지난 6월 거래량 2481건 18.7%↓
전국아파트 매수수급지수 89.3
0.8p 떨어져 2년9개월만 최저치
매매거래총액 2012년 후 가장적어
무주택자 곡아도 대출규제 압박에
서민들 내집마련 꿈도 못꿔
부동산 시장거래 활성화 절실

주택매매시장에 대출규제와 가파른 금리 인상, 경기 부진 등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25일에는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번 연속 올려 주택 시장은 더욱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 우려, 집값 고점 인식까지….

구매심리는 더 얼어붙고 거래절벽은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증가 등으로 주택건설사들은 공사비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는 “기준금리 인상 얘기가 나왔던 지난해 말부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이나 외곽지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금융사들의 돈줄 죄기가 계속된다면 주택 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집 없는 서민들은 대출받기가 겁나 허름한 집에서 언제까지 힘든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공인중개사들도 실종된 주택거래량 때문에 한 달에 단 한 건의 매매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휴ㆍ폐업이 늘어나면서 ‘개점 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매매 거래 실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집 없는 서민들과 공인중개사들의 애로점 등 주택매매 거래절벽의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공인중개업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중…  

“팔아달라고 내놓은 지 3개월이 다 돼 가는데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네요. 어떤 물건은 반년 넘도록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집주인은 물론 저희들도 답답한 심정입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한 공인중개사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20년 넘게 한 곳에서 사무소를 운영한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 일대는 입주 물량이 많아 매물은 넘치지만 정작 계약은 안 이뤄지고 있어요.

꼭 이사해야 하는 사람도 이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라며 “매달 내야 하는 사무실 임대료와 광고비 등 고정 비용만 나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달 이후 단 한 건의 매매 거래도 체결하지 못했는데 물가는 급등하고 임대료까지 내야 해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에 한 건도 거래하기 힘든 중개사무소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거래절벽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서다.

거래절벽이 길어지는 양상을 띠면서 공인중개사무소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북지역의 공인중개사는 3천317개소(공인중개사 3천201개소, 중개인 75개소, 중개법인 41개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규등록은 188개소, 폐업은 95개소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여 동안 신규등록이 300여 곳씩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올해 2분기에는 급감한 수치다.

폐업도 200~300대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아직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폐업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6월 기준 공인중개사무소는 1천249곳이 개업하고 1천148곳이 폐업했다.

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도 81곳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개업 건수는 가장 적고, 폐업 건수는 가장 많은 상태다.

올 6월 폐업 건수는 전월 727건에 비해 57.9%나 뛰었다.

월 기준 1천 건을 넘어선 것도 올 들어 처음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리 인상 압박에 주택 매수세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데 이어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로 눈치를 보는 다주택자들까지 늘어나면서 주택거래 시장은 그야말로 ‘절벽’ 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중개사들은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여름을 지나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업 건수가 폐업보다 두 배 가량 많았는데 올 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휴업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주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은 매수자나 매도자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어느 정도 조정되고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온다면 가을이나 돼야 매물이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거래 한파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 수는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7월 전국 신규개업 공인중개업소는 1천74개소로, 2019년 9월994개소 이후 약 2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7월 한 달간 935개소가 폐업하고, 78개소가 휴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폐업 1천148개소, 휴업 81개소와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노동식 전북지부장은 “부동산 업계는 갈수록 폐업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거래는 약 70% 정도 급감했는데 그렇다 보니 한 달에 한 건의 계약서를 쓰지 못하고 있는 중개업소가 대다수라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점점 위축되는 주택매매 거래 어쩌나  

부동산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동안 주택매매의 ‘거래절벽’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목돈 마련 여력이 줄어든데다 집값 상승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보는 수요자들이 매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6월 주택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 전체주택)은 급감했다.

전체 2천481건이 거래됐는데 이는 전달 3천52건보다 18.7%, 1년 전 같은 기간 3천492건보다 29.0%나 줄어든 양이다.

5년 평균 대비로 보면 18.7%가 감소했다.

매수심리 위축도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북지역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주 90.1보다 0.8p 떨어졌다.

이는 약 2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한 데다가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전망이다.

한 조사자료를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 총액은 10년 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금리인상 등의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주택매매거래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현재와 같은 거래시장 위축은 지난 2019년 상반기에도 발생했다.

다만 당시의 매매거래 시장 위축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의 정책 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올해 상반기는 대외 경제여건의 악화 등 다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거래 위축 원인들인 금리인상, 유동성 회수, 경제 위축 등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아 매매시장 위축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매시장 폭등이 나타난 수도권과 아파트 시장에서 급격한 위축이 발생하고 그 여파가 아파트 외 주택시장과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최근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주택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거래총액이 올해 상반기 100조원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총액도 올해 상반기 48조3천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2년 하반기 44조9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전체 주택 매매거래 총액에 비해 감소폭이 커 금리인상 등 시장 침체가 아파트 시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20년 하반기에 역대 최고 매매총액을 기록했으나, 아파트 외 주택은 반기 늦은 2021년 상반기에 최대 매매거래 총액을 기록했다.

아파트 시장의 풍선효과로 아파트 외 시장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특징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 거래 위축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최근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등 정책 신호를 주고 있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금리가 떨어질 조짐이 보여야 매수세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꽉 막힌 주택거래…대출규제 완화 해법”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집을 사려고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너무 부담스럽다”며 “여러 가지 사정은 있겠지만 나라에서 금리를 너무 높게 올려놓아 버리니 집 없는 서민들은 집을 장만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주변의 수 많은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내 집 하나 없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허탈한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언제까지 이런 오래되고 허름한 집에서 살아가야 할 지 고민이다”고 하소연 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거래량은 감소하고 전셋값은 매매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지만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로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을 꼽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주택 매매 시장이 ‘거래 절벽’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주택자나 대기 수요자 등이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을 받지 못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급감하고 거래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일부에서는 전세값이 매매가격과 같거나 심지어 약간 높은 곳까지 생겨나고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꽉 막힌 부동산 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출규제나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민 3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꽉 막힌 부동산거래 활성화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7%가 ‘대출규제 완화’라고 답한 것이다.

이어 ‘조정대상지역 규제 해제’ 23.7%, ‘세금 완화’ 2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부동산거래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의 정책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또한 주택 시세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6.9%는 올해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보합세라는 답변은 34.6%로 나타났으며 ‘하락세는 23.4%로 조사됐다.

거래절벽을 막는 해법으로 거래세 영구인하와 나아가 거래를 막는 각종 규제를 점진적으로 풀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은 오래된 이야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주택매수를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시장 수요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택매수를 억누르더라도 집을 사겠다는 매수심리가 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매수가 억제됐다는 것이 주택매수 수요 자체가 바뀌었다고 받아들이기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택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자금에 맞춰 주택을 구입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시장의 불합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매매시장이나 전세시장 모두를 안정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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