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두 번 그리고 이번 8월에 한 번.

그래서 지리산 천왕봉에 세 번 올랐다.

첫 번째는 백무동에서 장터목, 천왕봉으로 올라갔다가 역순으로 하산했다.

두 번째는 중산리에서 법계사를 거쳐 천왕봉으로 갔다가 중산리로 내려왔다.

이번 세 번째는 다시 백무동~천왕봉~백무동 코스로 잡았다.

백무동 코스는 왕복 10시간, 중산리 코스는 왕복 9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과 두 번째의 지리산 산행은 날이 너무 좋았다.

한 여름의 폭염이라 35도를 넘나들었지만 1,915M의 천왕봉이라 그런지, 오히려 바람이 시원했다.

정상 인근에서 잠시 쉴 때는 바람이 차가와, 얇은 잠바를 꺼내 입어야 했다.

10시간씩 힘들여 걸어도 좋은 건, 지리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백무동 코스를 다시 간 건, 첫 번 산행에서 제대로 못 봤던 제석봉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지리산을 다녀 온 이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제석봉에서 통천문~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선들을 위한 절경이다.


▲ 비바람, 난관을 넘어서야 지리산이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세 번째 산행은 폭풍우가 쏟아졌다.

새벽 4시, 백무동에서 등산길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리 많은 비가 올 거 같지 않았는데, 오전 7시쯤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천왕봉에서 잠시 그치는 가 했더니, 도시락을 꺼내드는 순간부터 또다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장대비가 계속됐다.

사람이 다니는 등산길은 이미 계곡으로 변했고, 천왕봉에서 백무동까지 거의 뛰다시피 5시간을 내려왔다.

산에서 두려움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등산로를 빗물이 점령해 버리니,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깊은 산에서 고립됐다, 구조대가 출동했다는 등, 어쩌면 저녁 뉴스의 주인공이 될 뻔 했다.

세 번째 산행에선 세찬 비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멋진 지리산 능선, 고사목, 구름으로 가득한 운해, 그 어느 것도 시야에 없었다.

그 동안 운 좋게 절경 속 지리산을 봤기 때문인지 이번에도 기대가 컸지만, 세찬 폭풍우는 모든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세 번째 하산 길은 발에 물집이 잡히고 멍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걸 알게 됐다.

보이지 않아도 천왕봉은 그 자리에 있고, 들리지 않아도 그 많은 새들이 지리산 둥지에 있으며 비바람이 거세 걸어가지 않는다면 내려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좋은 날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 부단히 노력하는 정치인으로 채워야

정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군 의원, 단체장,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그리고 당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쉬운 선거는 없다.

운이 좋아 한 두 번은 가능해도, 그 이상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칠기삼의 시대는 지났다.

줄을 잘 잡아, 장수하는 정치 시대는 끝났다.

정치 문화가 급격히 바뀐 요즘은 더욱 그렇다.

도전하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다.

그 누가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모셔다 주겠는가? 전북 정치가 중앙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 지도부에서 전북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도부 선거에 도전하지 않으니 당연히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중앙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데, 등 떠민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래서 큰 꿈을 가진 정치인, 신진인사들을 키워나가야 하고 중진 인사들도 보충해야 한다.

김원기, 정동영, 정세균 등 화려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을 다시 만들어 내야 한다.

내년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와 22대 국회의원 총선은 그 기회다.

전북 정치가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로 국회를 채워나가야 한다.

/김일현 부국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