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전북 정치인들이 여야 지도부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도민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이리저리 전북 출신 인사들이 여권내 인맥에 포진하고 있었고 고향이 전북인 인사도 꽤 많았다.

그 이전의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서도 중앙에서 크게 활약한 전북 출신 인사가 상당수였다.

그 당시의 중진 원로인사들은 지금도 재경의 주요 모임 등에선 여전히 ‘애향심’으로 높이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를 한번 되돌아보면 보수정권에도 내로라하는 지역 인사가 즐비했다.

1990년대 중반 민주당 시절의 김영삼 시대에는 김덕룡(DR) 당시 사무총장이 여당의 핵심이었다.

익산이 고향인 김덕룡 사무총장은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 임에도 불구, 고향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 걸로도 유명하다.

당시 김 의원이 5선을 지낸 서울 서초을 지역구는 보수 정당의 핵심이었다.

호남 출신 DR이 그 자리를 장수했으니 그의 정치력과 화합 능력은 대단했다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선 고창 출신 이원택 전 총무처 장관이 고향 사람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다.

2002 한일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과 대한체육회장, 새만금위원회 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이 전 장관은 정부내 전북 인맥의 사실상 대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의 도움을 받지 않은 고향 관료가 드물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1997년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수평교체된 이후 전북 인사들이 중앙으로 대거 발탁됐다.

변방에 머물고 있었던 이들, 한직에 있었던 인사들이 화려하게 올라섰다.

전문 분야를 본다면 이무영 전 경찰청장, 오영우 전 마사회장, 신건 전 국장원장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이가 즐비했다.

요즘 여야의 이슈 중 하나인 TBS 교통방송이 처음 설립된 것도 이무영 전 청장 시절이다.

이 전 청장은 경찰관 급여 인상 등 매우 인상 깊은 활동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정치권에서도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동영, 정세균, 정균환, 이강래 등이 혜성처럼 떠올랐다.

이강래 전 의원의 경우 DJ 정부 출범과 함께 정무수석실로 들어가면서 핵심인물이 됐다.

이 전 의원은 DJ의 신데렐라 라는 별칭도 얻었다.

정균환 전 사무총장은 집권여당 최초의 사무총장을 지낸 전북 출신이다.

의리 있는 정치인으로 통하는 정 전 총장은 묵직하고 입이 무거운 정치인으로도 유명했다.

지난 20대 국회까지는 이들 중 상당수를 재경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현역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비중이 큰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를 통해 중진 인사들이 대부분 원외로 빠졌고, 중앙 인맥의 핵심이었던 정세균 전 총리도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중앙의 인맥이 사실상 끊어져 버렸다.

여기에다 지난 3.9 대선으로 보수정권이 출범한 이후에는 중앙에서 전북 인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전북 지역구는 물론 도내에 연고가 있는 이들 즉 범전북 출신 인사들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진 것이다.

여야의 중앙 인맥이 급격히 약화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석대변인에 안호영, 대표 특보단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단은 아니지만, 도내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구 의원들이 중앙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의 화려한 전북정치사에 비하면 매우 왜소한 상태지만, 이번 인선을 기점으로 전북 정치권이 다시 한번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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