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이번 주 금요일부터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필자도 지난 주 고향 선산에서 벌초를 하는 등 추석 맞을 준비를 하곤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은 추석일까. 설일까. 추석과 설은 우리 민족에게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양대 명절로 손꼽힌다. 실제로 이동 인구에도 3천만명 정도로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명절은 오랜 관습에 따라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를 말한다. 우리 명절로는 설과 추석을 비롯해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유두, 백중, 동짓날 등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설과 추석, 정월대보름, 팥죽 끓여먹는 동짓날 정도나 명절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추석(秋夕)’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여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묘를 살핀다. 이는 풍성한 오곡백과를 얻게 해 준 것과 무사히 한 해 농사를 갈무리 한 것에 하늘과 조상에 대한 감사의 의사표시이리라.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또한 1년 동안의 수확물과 추수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개신교의 기념일로서 1차 먹거리 산업인 농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농민들에게 당연한 축복이어야 할 풍년 농사가 현실은 재앙이 되고 있다는 데서 올해 추석은 우울하다. 

올해도 쌀 생산은 풍작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농민들은 왜 우울할까. 올해 2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4%,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2%다. 그런데 쌀값은 정곡 80kg 1가마에 작년에는 214,140원이던 것이 올해 6월말에는 180,860원으로 하락하였다. 게다가 농협 전국 재고는 평년에는 352천톤이었는데 올해 6월말 기준 596천톤으로 평년대비 244천톤이 증가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풍년 농사가 된다 한들 남아도는 쌀의 수매가 가능할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우리 지역에서도 수확도 하지 않은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농민들은 길거리에서 시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그렇다고 소비자와 노동자의 마음은 우울하지 않은가. 앞서 언급했듯이 2분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4%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평균 31만 8,045원으로 지난해보다 6.8%(2만 241원) 상승했다고 8월 25일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타결된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낮다. 한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 올해 최종 타결된 인상률은 4.4%로 지난해 인상률 3.2%보다 1.2% 포인트 상승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1.0%나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공공기관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더욱 열악하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결정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9급 공무원 초임이 1,680,000원으로서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산술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의 인상률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금융산업노동조합의 경우도 사측이 내놓고 있는 임금인상률은 1.4%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노동자에게 많은 부분의 희생을 강요한다. 나라가 이렇게 어려운데 공무원이..공공기관 종사자가..고임금 노동자가.. 하지만 이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 존중사회가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는 후진국의 노동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노동환경의 특성은 개개 집단과 회사마다 입사에서부터 현실의 업무까지 매우 다양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각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살아내고 있는 노동자의 임금이 과연 적정하게 지급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찰과 합당한 노동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최저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시간을 늘여서 기업의 손익을 높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노동의 가치는 존중되어지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 아닐까.

올해도 한가위 보름달은 떠오를 것이고 우리는 달을 보며 가족의 행복과 건강, 개인의 발전 등 소원을 빌 것이다. 그리고 또 무엇을 빌어야 할까. 쌀값을 비롯한 물가의 안정, 월급으로 마련할 수 있는 안정된 집, 내가 일한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안정적인 급여.. 이런 소망들은 정말 다 부질없는 것일까. 해결되지 않는 우울감은 그냥 그들의 몫으로 치부할 것인가. 정부는 신물 나는 당파 싸움보다 정말로 진정성 있게 민생을 살펴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선보이길 고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소한,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고 위정자들에게 혀를 차는 일은 없는 한국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달을 보며 기도한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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