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공적연금 개혁을 앞두고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을 제시하면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통령의 논거는 아마 2018년 12월에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근거한 것 같다. 전 정부가 마련한 계획(안)에 따르면 4개 안 가운데 2개 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 또는 13%로 올리는 것으로 돼있다. 전 정부는 또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올리며 연금도 조금 올리는 것으로 계획(안)을 세웠다. 대통령은 올리는 만큼의 비율로 더 받는 것보다는 재정상황을 고려해 조금은 덜 받자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여론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2018년 조사에서는 국민의 83.4%는 현재 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34.6%는 부담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제도개혁에 대해서도 47%가 현 제도 유지를 바라고 있으며,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에 대해서는 27.7%, 덜 내고 덜 받는 방안에 대해서는 19.8%가 찬성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노후소득보장 강화가 52.2%로 재정건전성 확보 43.5%보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8년 실시한 국민노후보장패널 7차 부가조사 결과, 1인 가구 기준 은퇴 후 최소생활비는 한 달에 95~108만원, 적정생활비는 137~154만원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의 은퇴 후 최소생활비는 108만원이며, 적정생활비는 154만원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노인에 한정할 경우 최소생활비는 95만원, 적정생활비 137만원으로 낮아진다. 시차는 있지만 2022년 1월 기준으로 전체 연금 수령자는 총 582만 명이며 평균 수령액은 57만원이다. 1인 가구 기준으로도 최소생활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년 이상 가입한 76만 명의 수령자는 평균 97만 원을 받아 최소생활비 기준에 부합한다.  

전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개혁안을 살펴보면 첫째 현행제도 유지는 보험료율을 지금처럼 9%,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실질급여액은 86만원을 유지하며 2057년쯤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제2안의 경우 실질급여액은 101만원으로 올라가고 소진시점도 2057년 그대로이다. 셋째 보험료율을 5년마다 1%p씩 올려 10년 뒤에는 12%로 하며, 소득대체율은 45%로 올리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실질급여액은 92만원으로 약간 향상되며, 소진시기는 2063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넷째 보험료율을 5년마다 1%p씩 올려 15년 뒤에는 13%로 하며, 소득대체율도 50%로 올리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실질급여액은 97만원으로 조금 더 오르며, 소진시기는 2062년으로 조금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점에서 정부는 제5차 재정계산 등 공적연금 개혁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된 데 따라 자료를 공유하며, 연금개혁의 방향을 제대로 잡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우 노후기초생활보장과 노후여유자금 축적의 두 가지 관점에서 국가재정과 국민소득, 퇴직연금, 국민저축 등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영기준(Zero Base)에서 기초수급과 현금지급 등 전체 재정을 살피기를 바란다. 또한 전 정부가 세워둔 개혁(안)을 중심으로 타당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전 정부에서는 국민연금개혁(안)을 세워놓고서도 제대로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2022년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일정이 중대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은 여당이나 야당 모두의 책임이다.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국민이 대안을 살피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다. 오히려 늦추면 늦출수록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시기를 앞당기고,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한다. 특히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욱 더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만큼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의 참 뜻을 살리는 데 집중하기를 기대한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