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김옥녀

 

풍경화인 듯

동그란 까치집을 보다가

아침 고운 햇살을 타고

노래하는 까치를 

구름결로 보듬을라치면

내 바램은

풍만한 향내음으로 일렁인다

 

계절은 바뀌어도

송진내 물씬나는 마을을 돌아

반짝이는 풀잎의 이슬을

하루 일과로 만져보노라면

서녘의 밤하늘의 별들

그 이름 낱낱이 불러

내가 사는 집

고요로히 도서관 내 버팀목의 둥지여. 

 

김옥녀 시집<수박이 대박을 다 낳았어> (월간문학출판부. 2022)

시인은 변화를 조장한다. 시인은 스스로를 변신하기도 한다. 계절을 건너 뛰기도 하고 자연을 숨죽이게 하기도 한다. 음악가가 되기도 하고 화가가 되기도 한다. 시인이 가진 힘을 무궁한 것 같지만 모두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다. 시인이 시를 지은 것은 활자가 되면서 타인의 것이 된다. 시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버린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짓고 살지만 허전하고 배고프다. 까치집 한 채에 가을을 모두 담았다. 떠날 것들과 떠나간 것들을 쟁여두어도 이름을 불러보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내가 사는 버팀목이 될 줄 알았던 집이 비어간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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