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잔

신정순

 

촉촉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막걸리 한 잔

 

살포시 그리운 님 생각나듯

개다리소반 위에

막걸리 한 잔 떠서 올리노니

 

쪼록쪼록 내리는 빗소리

귀에 담으며

넉넉히 펼쳐 담긴 파전 한 점에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 치세나

 

사립문 안에 고인 근심, 한숨도

쪼록쪼록 내리는 빗물에 씻기우니

막걸리 한 잔이 천국이로세

 

신정순 시집<보리밭 뱁새알>(도서출판 샘문. 2022)

 

서로 뜻이 맞는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멀리 살아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 어릴 때 같이 자란 친구라면 더욱 그리울 때가 계절이 변화할 때다. 계절의 변화는 먼 산에서도 나타나고 툇마루에 든 볕에서도 가늠할 수 있고 빗줄기에서도 알 수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비 구경을 하자니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럴 때는 막걸리가 최고다. 술 마시기 좋은 핑계아닌가. 이래저래 묵었던 추억에다 정담이 더해가니 막걸리 빈 병도 쌓여가는 가을 날이다. 막걸리 원료인 쌀은 수입쌀이 아닌 우리 쌀을 이용하자.

-김현조 시인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