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서 80대 母 등 5명
숨져··· 보일러 가동시 연통
끝부분 막혀 가스 집안으로
새들어가 사용전 점검해야

무주군 '일산화가스 중독 추정' 사고현장에서 10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주군 '일산화가스 중독 추정' 사고현장에서 10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주 생일 모임 일가족 참사’의 원인이 일산화탄소(CO) 중독사고로 추정되면서 유사한 사고 발생이 반복돼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도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0일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45분께 무주군 무풍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어머니 A씨(84) 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딸 B씨(57)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또 다른 가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는데 발견 당시 집 안에는 가스가 가득한 상태서 문과 창문이 잠겨져 있었다.

의식을 잃은 상태의 B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나머지 숨진 5명의 경우 이미 사후 강직이 진행돼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8일 밤에서 9일 아침 사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A씨의 딸 부부와 손녀로 사고 전날인 8일 어머니의 생일을 기념해 시골집에 모였다.

8~9일 밤 사이 무주의 최저기온은 10도 안팎으로 쌀쌀했는데 가족들이 따뜻하게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보일러를 가동하면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터진 보일러 연통 주위에 까맣게 그을린 자국이 있었고, 숨진 이들의 코와 입에서 일산화탄소가 검출된 사실이 파악됐다.

경찰은 보일러를 가동해 고장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국과수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감식을 통해 보일러를 틀어놓고 배출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했다”며 “방 옆에 보일러실이 따로 있는데 보일러는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고 연통 끝부분이 막혀 가스가 집 안으로 샌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연료가 타는 '불완전연소'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고 현장은 보일러에 산소를 공급하는 배관이 터졌거나 막혀 산소 공급이 잘 안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불완전연소가 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했고, 가스가 배출되는 배관에 문제가 생기며 방 안으로 일산화탄소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 5년간 가스보일러 사고로 피해를 입은 55명 중 54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실제 2018년 수능을 마친 학생 10명이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2월 한 아파트에서도 고교를 갓 졸업한 2명이 아파트 보일러 연통 문제로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1명이 숨지고, 1명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기도 했다.

전북소방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봄과 여름철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배관 안팎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는 만큼 사용 전에는 보일러실 환기가 잘 되도록 하고 노후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특히 중독 사고 위험을 대비해 일산화탄소 농도측정기를 부착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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