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지난 대선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원자재 가격이 변동되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에 자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원자재 납품단가 연동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뿐만 아니라 대선을 전후해 여야 의원들은 연달아 관련 법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7대 민생법안에 납품단가 연동제를 포함시켰고, 국민의힘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1호 당론’으로 채택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가 원자재 납품단가 연동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지에는 여야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정기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빠르면 의결까지 가능하리라 본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도 대기업에서는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하지 않고 하청업체인 협력사가 이를 부담하도록 하기 때문에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되고 있고 이 때마다 납품단가연동제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전혀 진전이 없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부는 반대 내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정부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2008년에도 정부의 반대로 납품단가연동제 대신 공급원가 변동으로 하도급대금 조정 필요성이 생긴 경우에 수급사업자가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실효성이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정협의 요건이 엄격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거래를 끊는 등의 보복조치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조정신청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등의 경우에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등 하도급계약의 내용 및 제16조의2 제1항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 방법 및 절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기한 내에 발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6조의2(공급원가 등의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에서는 수급사업자는 제조 등의 위탁을 받은 후 목적물 등의 공급원가가 변동되는 경우 또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목적물 등의 납품 등 시기가 지연되어 관리비 등 공급원가 외의 비용이 변동되는 경우에 한하여 하도급대금의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만 봐도 조정제도는 태생적 한계가 명확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실태조사를 통해 2020년 말에 비해 올해 공급원가가 26.4%나 상승했지만 이러한 상승폭을 납품대금에 전부 반영한 중소기업은 6.2%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태생적 한계가 현실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자재 납품단가 연동제도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시행초기에는 분명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조정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임은 분명하며 그 실효성도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자에 중소기업중앙회를 추가하는 등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보완책으로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하루빨리 정부안을 내놓고 국회는 정기국회 내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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