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 불교 최고의 정화를 담다

개인적으로 10번을 읽었으니 태어나 두 번째로 많이 읽은 책입니다. 불경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아 많이 읽히는 책으로서 대승 불교 최고의 정화를 담고 있습니다. 불교도들에겐 필독서로서 너무 유명해서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의외로 안 읽은 분들이 많더군요. 기독교를 신앙하시거나 종교가 없으시다 해도 반드시 읽으셔야 할 인류 최고의 유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때마다 큰 감동을 받습니다만 제 수준으론 감히 論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강론을 듣거나 강론집을 읽어도 아직까지는 한번도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번역본을 읽고 혼자 생각에 잠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게 여겨집니다. 모르는 어휘나 내용을 하나씩 찾아 보고 깨닫는 것이 주저리주저리 되지도 않는 해설을 보거나 듣는 것보다 좋습니다. 느끼는 책입니다.

[維摩經]의 산스크리트 이름은 '비말라키르티 니르데샤 수트라(Vimalakirti-nirdesa-sutra)'라고 한다 합니다. 저도 잘 모르는 말을 꼭 적는 이유는 이름이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비말라(vimala)'는 '청정한', '무구(無垢)한'이라는 뜻이고 '키르티(kirti)'는 이름의 뜻으로 소리나는 대로 漢譯하면 '유마힐(維摩詰)' 또는 '유마라힐(維摩羅詰)'이 됩니다. 뜻으로 漢譯하면 '무구칭(無垢稱)' 또는 '정명(淨名)'이 된다 합니다. '니르데샤(nirdesa)'는 '가르침을 說한다'의 뜻이라 하며, '수트라(sutra)'는 '經'이란 뜻이랍니다. 따라서 본래 이름은 <유마힐>이 說한 경전 또는 <무구칭>이 說한 경전입니다. 저자는 아니지만 <구마라집>이라는 高僧이 전자를 취해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이라 했다 하고, <현장대사>는 후자를 취해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이라고 했다 합니다.

 

[유마경]은 空사상을 주창하여 대승 불교 시대를 연 반야부(般若部) 계통의 경전이라 하는데 당시의 상좌부(上座部) 계통의 불교가 출가 중심, 교리 중심적인데 비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부처의 길을 제시하여 실천적으로 보살행을 강조했다 합니다. 空과 보살행을 강조하며 모든 상대성을 초월한 不二法門에 들어갈 것을 주장합니다. 

처음엔 <구마라즙>의 [유마힐소설경]을 텍스트로 번역한 책으로 읽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어버린 사진의 이 '시공사' 판인 <현장대사>의 [설무구칭경] 번역본도 텍스트로 읽게 되었습니다. <유마힐>의 등장이 중요하니 <구마라즙> 본도 좋지만 漢譯本 중 가장 많은 내용이 있어 더 자세한 <현장대사> 본을 이왕이면 더 권하고 싶습니다. '시공사' 판은 절판되었지만 중고를 구하시거나, <현장대사> 본으로 다른 출판사 책을 검색하셔요.

읽으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유마> 거사가 병에 걸렸다 하여 석가모니께서 문병을 다녀오도록 여러 제자와 보살들에게 권합니다. 그러나 권하는 족족 <유마> 거사의 깨달음에 모두 한 번씩 좌절한 관계로 사양하게 됩니다. 모두 당혹스러워 하지만 결국 함께 다녀오기로 합니다. 

이때 <유마>의 병은 '세상이 아프니 내가 아픈 병.'입니다. '세상의 모든 병이 나아야 자신의 병도 낫는다.'는 대승의 정화를 說하는데, 저 같은 무식쟁이는 감히 논할 수 없는 궁극의 道를 전개합니다. 

압권이라 할 '<유마>의 침묵' 대목에 이르면 등골이 짜릿한 전율을 읽을 때마다 느낍니다. 이해는 되는데 감히 형언할 능력은 안 됩니다만 꼭 한 번은 읽어보셨으면...

저번의 [욥기]가 小說인데 비해 [유마경]은 所說입니다. 所說의 사전적 정의는 '주장하는 바'입니다. 즉 '<유마>의 주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역시 수많은 禪知識 또는 高僧들의 깨달음을 누군가가  그것도 여러 사람들이 읽기 좋게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유마경]도 小說로 여겨집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은 盛唐期의 <왕유(王維)>입니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가 불교에 깊게 심취하여 아호(雅號)도 <왕마힐(王摩詰)>이었습니다. 이상한 인연!!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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