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 문화교육부장
/조석창 문화교육부장

최근 진행된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클래식 실내악단 연주 공연에서 일부 관객들이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친 것이다. 그것을 본 다른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 SNS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알려진 데로 서양음악은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다. 연주자의 연주 흐름과 감정을 끊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모든 악장이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호응하며 심지어 앵콜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우리 음악은 어떨까. 

지난 봄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생긴 일이다. 가야금연주자가 협연자로 나와 관현악단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주를 진행했다. 가야금 협연자의 독주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관객들은 독주자의 연주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가야금 협연자는 느린 장단부터 시작해 이윽고 빠른 장단으로 넘어가면서 곡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 객석에서 ‘잘한다’는 추임새가 터졌다. 심지어 무대 위 관현악단 일부 단원들도 ‘얼쑤’, ‘잘한다’ 하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관객 입장에선 가야금 장단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찰나, 예고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추임새가 터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추임새도 좋지만 그로 인해 망쳐버린 관객들의 마음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추임새는 판소리 공연에서 비롯된다. 판소리 공연 중에 고수와 청중이 창이나 아니리 사이사이의 시간적으로 비어 있는 순간을 ‘얼씨구, 좋다, 그렇지, 잘헌다’ 등의 감탄사를 메꿔 나가는 공연 행위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서는 판소리 공연에서 사용됐던 추임새가 국악 다른 장르까지 확대됐고, 이제는 대부분의 장르에서 추임새를 들을 수 있다. 

추임새를 사용하면 공연자는 관객의 흥을 받아 더욱 공연에 몰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공연 전에 사회자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추임새 교육까지 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 추임새가 반드시 필요한가이다. 추임새가 필요한 공연이 있고, 반면 그렇지 않은 공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연 장르에 관계없이 추임새를 넣고 있고, 이것이 다른 관객의 음악 감상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음악은 즐기는 음악과 듣는 음악 등으로 구분된다. 즐기는 음악은 말 그대로 음악과 관객이 서로 호응하며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흥을 확인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 추임새는 필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음악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악에 몰입하는 순간에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 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서양음악 중 재즈를 보면 핫재즈와 쿨재즈가 있다. 핫재즈는 일반적으로 청중을 열광시키는 재즈 본래의 생생한 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가 보통 선술집 등에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청중과 관객이 서로 교감하며 진행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연주 중간 중간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한다.

하지만 쿨재즈를 이야기하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쿨재즈는 거칠고 격렬한 느낌보다는 좀 더 다듬어진 냉정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추구한다. 이 때부턴 재즈도 즐기는 음악보단 듣는 음악 장르에 들어가게 된다. 연주자들 역시 이를 반영하듯 자유로운 복장 대신 검정색 양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본인들 스스로 자신의 음악의 격을 높이기 위한 행동인 셈이다.

왁자지껄하고 격렬한 느낌의 음악도 좋다. 하지만 좀 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은 채 듣는 음악을 만드는 게 재즈팬들을 더욱 확장시키고 좀 더 고급음악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비록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국악도 이제는 현재보다 더 높은 위치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듣는 음악을 위한 음악들이 만들어져야하며, 기존 음악도 듣는 음악으로 향한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음악의 격을 우리가 스스로 높여야 하지 않은가.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기 위한 추임새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서 필요한 것인지, 무작정 허락된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추임새가 오히려 국악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생긴다.

앞으론 공연장의 사회자는 추임새 교육만 시킬 것이 아니라 추임새가 필요한 음악과 추임새를 하면 안되는 음악을 설명해주길 바란다. 이런 조그만 것부터 자리를 잡아야 국악이 좀 더 한발이도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조석창 문화교육부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