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호 '아그배 나무 꽃잎은 흩날리고'

사고력 높아진 현시대 어린이 주요 독자
어리광 부리는 모습 벗고 진취적 사고를

조기호 원로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아그배 나무 꽃잎은 흩날리고’가 발간됐다.

지난 2020년 첫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 출간 이후 2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동시집이다.

첫 동시집을 발간한 이후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게 어른 시지 무슨 동시냐. 동시는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란 질책과 함께 ‘요즘 아이들은 그 정도는 능히 소화하고 남는다’는 격려도 있었다.

이번 시집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시에 대한 감성의 수준을 높여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요즘 아이들의 지적 수준이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졌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종 문화매체와 서적으로 인해 정신세계와 사고력과 표현력이 향상됐고, 때문에 1900년대나 2000년대 초 지성과 사고력을 가진 어린이가 아니라고 여겨왔다.

그럼에도 시인은 아직도 동시와 어른 시의 경계와 한계선을 확연히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또 문학성이 먼저인지, 교육적인 면이 앞서야 하는 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도 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집을 발간하게 된 것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문화와 과학문명의 발달로 AI를 이끌어가는 세대의 어린이들에게 고정관념에 매달린 어린이 글을 쓰기 싫었을 뿐이다.

또 무턱대고 아름다우며 곧고 바르고 간결하게만 만들어서는 어린이들이 향상된 지성과 발달되는 사회성에 부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독자가 어린이인 만큼 많은 고민을 했다.

되도록 쉬운 말과 어려운 단어와 은유를 피했다.

동시에 간혹 문제가 되는 사투리, 즉 방언을 문장의 구성이나 표현 방법이 필요로 요구되는 부분에서는 사용을 했다.

방언은 그 지방의 뼈와 살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내 고장 언어에 대한 애착심과 표준어보다 아름답고 구수한 관념을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게 어른 시지 동시냐?’는 질책이 또 다시 나올 법 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손가락 빨며 어리광 부리는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은 진취적인 사고력과 서정성을 갖춘 동시가 되는 바람으로 동시집을 발간하게 됐음을 밝히고 있다.

어찌됐든 동시를 쓰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어린이에게 어렵고 생소할 듯한 낱말은 본문 아랫부분에 주석을 다는 친절함도 베풀었다.

하지만 본래 아동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아동문학을 연구하고 발표한 경험이 업는 터라,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듯한 부끄러움도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저자는 “일간신문의 오늘의 운수 안에 ‘아무렇게 행하여도 무방한 나이’라 적혀 있어 그걸 믿고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자빠졌다”며 “아직 노망에 다다르지 않았다 해도 거의 가까이에 이르러 미친 것이다.

선후배 여러분 부디 이 미친 짓거리를 용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주 출생으로 문예가족을 비롯해 전주풍물시인동인,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현달 지듯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내야’, ‘이별백신’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색’을 발간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시인정신상, 표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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