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 '심장이 멎기전, 안녕 내사랑'
뇌사자 장기기증 소중함 알리고 싶어

어린 시절 코미디언이 꿈이었던 소년은 훗날 의사가 됐다.

1989년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처음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한 때부터 이식환자를 보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 2021년 정년 퇴직할 때까지 뇌사자 장기이식을 담담하면서 뇌사상태에 빠진 환자의 가족들을 만나 상담하고 장기기증을 권유하는 일을 해왔다.

신간 ‘심장이 멎기 전, 안녕 내 사랑’은 박성광 현 함께하는내과 원장의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장기기증하는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이 멎기 전 가슴이 찢어지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식센터에서 코디네이터 선생들이 기록한 파일에 저자가 기억하는 것과 기고한 것 그리고 직접 가족들과 인터뷰한 내용들과 사진들이 책을 채우고 있다.

제일 어린 기증자는 5개월 아기였고, 최고령 기증자는 85세 할아버지였다.

또 많은 의사가 장기기증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혈액투석환자 중 아홉 명이 기증에 동의했는데 그 중 일곱 명이 장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또 세 명의 환자가 뇌사자로부터 신장이식을 받고 오랫동안 잘 쓰고 있다고 본인이 뇌사상태에 빠져 간을 기증해 받은 사랑을 다른 환자에게 더 귀한 선물로 돌려주는 일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남편의 장기를 기증해달라는 저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장기기증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잘 알기에 선뜻 응하는 경우도 많았다.

17년 간 모시고 살았던 시어머니가 병원에서 자기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절대로 내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생각을 굽히지 않고 기증을 한 사람도 있었다.

장기기증에 회의적인 사람이 있으면 20세 딸의 모든 장기를 기증해 아홉 명에게 새 생명을 준 어머니를 만나게 해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경우도 있었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인해 이제까지 장기를 기증해 준 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기증자 가족들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슴 아픈 사연에 여러 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러 어머니들이 오랜만에 자식의 이름을 듣고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장기를 기증하는 환자의 가족들은 다른 여러 사람들을 살리기 때문에 의인이라 믿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뇌사자 장기기증이 무엇이고 기증하는 가족들의 극심한 슬픔을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희생에 대해 증언하고자 한다”며 “나아가 더 많은 분이 장기를 기증해 장기이식 외에는 치료법이 없어 장기기증을 학수고대하는 말기 중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책에 나오는 장기를 기증해준 분들의 사진을 모아 표지를 만들었다. 한 분 한 분의 가족들에게 피맺힌 사연이 있다”며 “인터뷰를 하면서 몇 번을 같이 눈물을 흘렸다. 이 분들이 다 말기 중환자들을 살린 의인들이다. 이분들과 가족들에게 수혜를 받은 가족들을 대신해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북대 의과대를 졸업한 박성광 원장은 전북대 의학과장, 장기이식센터장, 의생명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예수병원 이사, 예수대 이사를 거쳐 현재 전주함께하는 내과 원장을 맡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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