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건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름 아닌 행정안전부장관의 해명이다.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

참사가 발생한 지역의 단체장인 용산구청장의 해괴한 변명이다.

“잘 안 들리는 것의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외신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한 농담이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다름 아닌 사고현장 골목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공감능력 없는 질문이다.

참사에 대해 책임 있는 공직자의 사건 발생 직후 발언 수준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직접적인 책임의 주체가 하나같이 책임회피로 급급하거나 뻔뻔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동시에 이들의 해명은 자신들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자신의 무능으로 책임을 회피한 정부가 있었던가? 심지어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발언에는 아픔과 안타까움은 물론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묻어나지 않는다.

매우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다.

공감무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더 큰 문제다.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는 인재는 결국 국가의 책임이다.

“주최자가 없어서” “축제가 아니라서” 등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해명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재난 예방 및 피해 최소화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으며(제1조) ‘재난’에 대해서도 매우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제2조).

이태원 참사는 인재인 만큼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관은 사람의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5조).

즉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억류하거나 피난시킬 수도 있다.

권한이 얼마나 더 명확해야 하나?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으로 인해 발생한 이번 참사는 “명백히 피할 수 있었던” 인재다.

사건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될 분위기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등의 신고가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방증이다.

설사 이러한 신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난 경험을 통해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은 분명 애도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할 때지만 결국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아니, 사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도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반성이 없다면 정권의 퇴진을 위한 촛불이 타오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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