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빈 시조집 '맨홀 속에 나는 산다'

우리의 역사-시인의 아픈 구석들
들풀 빗대 솔직담백한 시조로 담아내

김종빈 시조집 ‘맨홀 속에 나는 산다’가 발간됐다.

김종빈 시인의 시조가 관심을 두는 대상은 우리 역사의 생채기와 지난 시간에 다가가는 일, 사소하지만 놓치기 일쑤인 일상의 모퉁이를 담아 내려는 우리 역사와 시인의 아픈 구석들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억눌림 당한 사람들, 빈부격차의 양극화로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절실한 꿈과 희망을 짓밟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현상이다.

저자는 이 현상을 잘 알면서도 나와는 무관한 듯 일상의 편안함에 안주하면서 숨어버린 우리의 비겁함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들풀의 시조정신으로 발가 벗겨 보여준다.

시조가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화려하지 않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솔직담백한 정직한 시조가 가슴을 메이게 한다.

예리한 비수에 베일 것 같은 아픔도, 묵직한 음성으로 전달되는 다정다감함도, 심금을 울리는 촌철살인의 시구도, 온몸을 흥분시키는 격렬한 정열도 그의 시조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시조를 읽으면 3장의 행간에 숨겨둔 시의 의미에 빠지고 그 뜻에 취하며 감상적으으로 될 정도로 편안해진다.

저자의 시조는 한 수 한 수가 아름답게 잘 짜인 문장, 독자를 현혹하는 알쏭달쏭한 상징, 사물 예찬이나 비유적 이미지가 시조의 흐름 속에서 한 빛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해왔다.

지금까지 흐름인 시조의 묵계와 정형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낱말 하나하나의 의미와 행 가르기에 이르는 형식, 그리고 내용에서도 들풀의 끈질긴 시조정신과 들꽃의 아름다운 서정미학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번 시조집의 시학은 들풀의 시조정신과 들꽃의 서정미학으로 집약될 수 있다.

따라서 김종빈 시조 3장에 담긴 의미를 캐고 그로부터 어떤 시적 공감을 얻는 일은 단순히 시조성신을 찾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시조의 꽃을 피워내고 향기를 선사하는 들꽃의 서정미학을 만날 수 있다.

오종문 시조시인은 “김종빈 시인의 시조에 나타난 시론 혹은 현실 삶의 궤적이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그의 시조를 그렇게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똑같은 시조를 읽더라도 선호도가 다르고 미학적 판단에는 옳고 그름이 아닌 개인적 의견이 있을 뿐이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삶과 한 번도 경험못한 삶을 마주하게 되는 즐거움은 울림과 감동을 안겨주는 그 너머의 삶을 살피는 것이다”고 평했다.

시인은 “어느덧 또 한 칸 방을 들인다. 시간이 가는 지, 언제 계절이 바뀌는 지 모르고 산 것 같다”며 “이제부터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살아야겠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2004년 시조문학 시조로 등단한 저자는 시조시학 젊은 시인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 ‘냉이꽃’, ‘몽당 빗자루’, 현대시조선 ‘별꽃별곡’ 등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율격 등에서 활동했고, 현재 전북시조시인협회장, 가람기념사업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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