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시집 '햄릿의 은하'··· 지상과 은하
담론 제시로 인간 존재와 의미 탐구

김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햄릿의 은하’가 출간됐다.

지상의 장미와 그 너머의 은하에 바치는 시인의 찬가인 셈이다.

김진숙 시인은 꽃과 나무로 생성된 숲의 정령들처럼 지상에 흩뿌려진 삶과 죽음의 순환이 계절의 온기를 담아 지상에서 노닐다가 마침내 저 하늘의 우조로 담담히 사라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모두 사랑으로 여긴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사랑이 머무는 세계의 안과 밖은 시인에게 소중한 시적 공간이자 존재의 공간이며 아울러 성찰의 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표제작인 ‘햄릿의 은하’는 이런 김진숙 시세계의 방향성을 한데 모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햄릿은 문학 작품의 주인공이자 상상된 시적 대상으로 사용됐으며, 은하는 우주로 표방된 세계인식에 맞닿는 드넓은 시적 상상력의 공간으로 펼쳐져 있다.

특히 은하는 의로운 영혼들이 흐르는 우주의 빛으로 진화한 존재를 품은 공간을 암시한다.

김진숙 시인의 은하는 햄릿처럼 지상에서 실존의 의미를 질문하는 꽃다운 영혼들을 보듬고 있는 공간이다.

위 시에서 시인이 햄릿을 호명한 이유 또한 존재의 의미를 고뇌하는 단적인 인물이 문학작품 속 햄릿으로 여긴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햄릿은 작품 속에 머물지 않고 작품 밖으로 걸어 나와 골목길에서 붕어빵을 굽던 한 사내로 혹은 원룸에서 시를 쓰던 시인으로 새로 호명된다.

그들은 마치 독배를 든 불운한 인물로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했지만 시인의 시에서는 은하에 닿아 결코 무심하게 소멸되지 않는다.

그들은 장미로 다시 탄생한다.

장미를 어린 왕자의 행성에서 새로운 생명성을 부여받는다.

장미는 별이 뜨는 방향으로 새로 태어난 생명을 지칭한다.

은하의 무수한 별들은 어린 왕자가 행성에서 키운 어린 왕자의 장미를 연상시킨다.

다만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세계 밖의 세계인 은하가 새로이 펼쳐질 뿐이다.

이러고 보면 시인의 생명성은 세계의 안과 밖,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은하처럼 영롱한 미지의 세계를 꿈꾸기에 어둡지 않고 밝으며, 특히 죽음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이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전해수 문학평론가는 “인생이란 결코 되돌아오지 못할 루비콘강을 건너는 유한한 삶의 끝에 서 있지만 마치 계절을 지나 은하에 닿은 미적 상상력이 존재하기에 허무에 머무를 수 만은 없음을 자신의 시로 강조하고 있다”며 “시인이 펼친 시적 상상력의 기저에는 장미로 표상된 지상의 세계와 은하로 지시된 우주적 담론이 시인만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관통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선의 시인은 “김진숙 시인은 시적 감각이 섬세하며 사유가 깊다. 시집 전반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내면을 성찰해 시의에 도달하려는 의지가 각별하다”며 “시인만의 개성과 시적 성취가 잘 융해돼 말의 얼개가 선명하다. 현존과 부재와의 관게에서 부단한 메타적 욕망을 볼 수 있다. 시인의 내적 고투를 통해 사유를 응집하고 여백을 확대해 생략과 반조의 리듬이 살아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데드 블레이의 나무들을 생각한다. 그들의 고독과 사유에 사의 옷을 입히고 싶다”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 쉼없이 날개짓하는 노란 나비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한 절망은 없다. 세상 안에서 세상 밖에서 우린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2011년 문학시대로 등단했고, 2019년 ‘나를 연주하는 나무새’를 발간했다.

전북문인협회 편집위원, 전북시인협회 이사, 월천 문학 부회장 등으로 활동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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