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분은 '사랑'이다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를 분류하면 마태복음, 마가복음과누가복음은 같은 개념을 공유해서 共觀福音書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요한복음은 기독교의 형이상학적인 차원과 신학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이 비기독교들에게 전도를 할 때 가장 먼저 읽도록 권하는 것이 요한복음입니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개신교 신도였을 때 들었던 목사님들의 설교는 무던히 요한복음의 내용이었고, 지금이라고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분석으로 요한복음이 서기 100년 경에 쓰였다고 판단하는데 '과연 그때까지 <요한>이 살아서 직접 쓰긴 했을까?' 하고 의문에 쌓여 있다고 알려드립니다.

 본토에서 1, 2차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미국과는 달리 유럽의 20세기 전반부는 전란의 시기였습니다. 아울러 신앙의 위기가 찾아왔다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무신론을 촉진했지만 아수라장이었던 전쟁터는 과연 신이 존재하긴 하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회의를 촉발했나 봅니다. 카톨릭도 기득권으로 분류되어버린 상황이 위기의식을 촉발하고, <요한 23세>께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엽니다. 다 아시다시피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과 이후로 카톨릭의 위상이 달라지고 거듭나게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루카스 그롤렌버그> 신부님에 대해서는 검색이 안됩니다. 다만 본문 내용으로 네덜란드 국적으로 도미니크 수도회 신부님이 아니신가 추정합니다. 1980년대에 첫 한국판이 重譯으로 나왔다하니 원래 영어 출판물이 아니었다고 여겨집니다. 신학도들에게 초급 수준에서의 필독서로 분류되어 있답니다. 검색에서 알아낸 것이라 직접 확인한 사실은 아닙니다.

 요한복음을 빼고 보게되면 <예수>님이 성령으로 잉태받아서 동정녀 <마리아>께서 낳으신, 하나님의 독생자시라는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아울러 삼위일체론 등, 부활 등을 빼고 단지 존재하셨던 <예수>님만 보자는 얘기죠. 결국 세 개의 공관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습을 진면목으로 보고, 그것이 '신성이냐 인성이냐'의 논리 따위도 따지지 말고, 행적만 다시 고찰해서 <예수>님을 다시 보자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잡상인들을 내쫓을 때를 빼곤 결단력을 보이시기 보다는 거의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셨다고 분석합니다. 가장 유명한 얘기 중 하나인 간음한 여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예로 듭니다. 바리새인들로 추정되는 율법학자들이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와서 '돌로 쳐서 죽일 것이냐.'를 묻습니다. 죽이게 되면 지배하던 로마법을 어기는 것이고, 살려두면 율법을 어기게 되는데 예수께서는 다 아시다시피 먼저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시고는 땅바닥에 뭔가를 계속 적습니다. 사실 <예수>께서 문맹인지 아닌지도 불확실해서 적으신 것이 의미없는 끄적거림인지도 모르지만, 모두들 찔리는 데가 많아서 하나둘씩 돌아가고 결국 여인과 둘만 남죠. 그러자 '돌아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시고 보내주죠.

  <예수>님의 말씀들은 거의 모두 그런 유형이었습니다. 공관복음서에서는 본인이 예고된 죽음을 수행하시러 왔다는 내용 등은 없고, 다만 거의 장돌뱅이 돌아다니듯 새로운 차원의 사상 전환을 설파하시러 돌아다니신 것입니다. 그런데 독재자들, 사두개인들 같은 제사장들이나 율법을 따지는 바리새인 등의 기득권층에게는 그 내용이 거의 극좌파 수준이어서 당연히 눈의 가시 수준이었기에 죽음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神性으로 높여져 신앙 되어져야만 하는, 거리감이 상당한 <예수>님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분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인들에게는 제자리가 아니라고 여기시겠지만 비신도들에게는 최대한 그 분에 대해 알리기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의 차원의 책입니다. 그렇다보니 비신앙인, 더 나아가 신성모독을 거침없이 해대는 마귀급의 악당에게라도 그 분은 [사랑]이시라고 자신있게 얘기해주는 책입니다. 적개심을 품은 이도 무장해제 시키는 책입니다. 다만 신앙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15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고 값도 쌉니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감동하였었고 다시 읽고도 느낌이 같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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