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 문화체육부 부장
/조석창 문화체육부 부장

지난 달 초 전주한지 관련 장인에게 동행취재 요청이 왔다.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통도사를 가자는 것이다. 한지 관련 행사를 한다는 것 외에 아무런 정보 없이 통도사를 찾았다.

이날 행사는 한지살리기재단이 주최하고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등재 추진위원회가 주관해 한지의 날 제정 선포식이 주된 내용이었다. 우리 고유의 자산이자 문화인 전통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10월 10일은 한지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역사적 첫 걸음이었다.

예로부터 한지는 세계의 가장 우수한 과학기술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즉 장인의 99번 손길을 거쳐 100번째 탄생하는 땀과 정신의 결정체이다. ‘지천년 견오백’이라 불리는 전통한지는 천 년을 견디며 변하지 않는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보통 한지는 백지라 불린다.

종이 한 장을 뜨는데 장인의 손길이 아흔 아홉 번, 마지막 손길이 한 번 더 보태져 한지로 완성된다는 뜻이다.

이 뜻을 기념해 10월 10일을 한지의 날로 제정하고, 이날 이를 위한 선포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선포식은 한지살리기재단 자문위원인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의 권유로 통도사에서 진행됐다.

당초 한지의 날은 백지라는 의미가 담긴 것을 종이문화재단이 착안해 10월 10일로 정할 것을 제안했고, 한지살리기재단이 적극 수용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는 축하 연날리기 식전행사를 비롯해 한지살리기 재단 최현사 사무국장의 ‘한지의 날’ 제정 경과보고, 한지장 이병섭(안동), 김춘호(문경), 이도희(함양)의 ‘한지의 날’ 공동체 선언문 낭독이 진행됐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한지의 보존계승과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행사가 유의미한 것은 비단 한지의 날 제정 뿐만 아니라 전통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발걸음 중 하나란 점이다. 

한지살리기재단은 지난해 4월 전통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단을 만들었고, 이후 전주 등에서 4차례의 학술포럼 등을 개최하며 그 중요성을 알려왔다.

지난 3월 8일 재단 이사회에서 이날을 한지의 날로 제정하고 우리 종이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김혜미자 색지장, 최성일 성일한지 대표 등이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한지살리기재단은 오는 11월 25일 완주에서 '제5회 한지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전주시는 전주한지의 원형보존과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고군분투함을 알고 있었다. 전주가 한지의 고장이며, 이중 전주한지가 으뜸이란 내용을 세뇌교육처럼 들어왔던 터다. 한지산업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한지원료 닥나무 수매사업, 전주한지장 지정,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간 친서 복본전달, 전주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이 이와같은 좋은 사례다. 

하지만 막상 이런 의미 깊은 행사엔 전주란 이름이 거론되지 않고 있음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한지를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한다는 것은 범 전국적 차원의 움직임이다. 이런 와중에 전북 이름이 거론되지 않아 아쉽다는 편협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지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손을 걷고 나서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움직임에 전북이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전주가 한지의 고장이라는 구호에 앞서 그에 맞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국민에 앞서 전라북도 도민으로서의 바람이다.

/조석창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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