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예지하고도 못막아
안전한 사회로 거듭나야

강태문/전주남부교회 목사
강태문/전주남부교회 목사

한동안 신문과 뉴스를 보는 것이 그다지 마음을 열지 않아서 뉴스 보다 예능이나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곤 했다.

항상 뉴스의 헤드라인은 정치인들의 시답잖은 내용으로 시작하여 그것을 보는 것이 거역스럽기까지 했다.

정치인들이란 앞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함을 위해서라면 잘못된 것이라도 무조건 합리화 정당화시키고 상대방의 올바른 것이라도 비하시키고 비난거리를 찾는 사람들이어서 애써 뉴스를 외면하기까지 했다.

그동안의 유동성 완화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 상승과 곡물가격 상승까지 이어져 국내 물가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고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의 강세와 함께 상대적 원화 약세로 무역적자로 이어지고 국내 기준금리 역시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든 상황이어서 무언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식은 없을까 기대하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가 막히고 황당한 소식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용산 이태원 참사로 156명이 사망하였고 그 안에는 14개국 26명의 외국인이 포함되었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일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의 사고로 잃어버린 가족뿐만 아니라 가까웠던 사람들의 충격과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동생과 함께 조카를 데리고 이태원을 찾았다가 한꺼번에 참사를 당한 가족의 슬픔, 외동딸이 1년 반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이제 행복한 일만 남았다 여긴 가족의 아픔 등 이것이 현실인지 실감이 되지 않을 가족의 슬픔을 생각하면 필자 역시 가슴이 먹먹해 온다.

‘할로윈데이’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로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 축제의 날이라 한다.

지금은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축제가 되어 이태원을 중심으로 즐기는 놀이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군중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누군가 혼자서 이상한 분장과 복장을 하고 강남대로에서 춤추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라면 부끄럽고 멋쩍어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함께라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즐겁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곳이 이태원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군중심리에 빠져 분위기에 젖어버린다.

군중심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행동하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로 암시되기 쉽고 냉정한 판단을 잃게 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누구라도 그러한 분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02월드컵 길거리 응원에서 그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승리했을 때 군중들의 흥분과 함께 환호는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붉은 물결을 이루었다.

아마도 누구도 그러한 행동을 제지하거나 만류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동참했을 것이다.

이것이 군중심리이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도 유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 펜데믹 이후 철저히 격리된 생활 가운데서 해방되어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해방감이 크게 작용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예지하고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를 통제시키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관계자들이 매너리즘 (mannerism)에 빠진 탓이다.

그 동안 해마다 이어온 이러한 축제가 있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타성에 빠져서 크게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방책은 무론하고 보고체계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와의 소통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한 ‘총체적 안전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마땅히 국민들에게 송구함을 표현할 부처장들이 변명하기에 급급함으로 잘못된 일을 합리화시키려는 태도이다.

여론의 뭇매로 인해 사고 사흘만에 일제히 사과하는 때늦은 모습은 안타까움을 만든다.

이제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마땅히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하다.

호텔 주점 테라스-부스 불법증축, 인파를 방해하는 시설물들, 왜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더 분노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태도이다.

야당에서는 국가의 큰 이슈가 만들어져 공격의 승기를 잡았다는 듯한 모습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과 참사 후 경찰의 ‘여론 동향 파악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민주당에선 “세월호 참사에 비견될 만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슈가 최소 2년은 갈 것(당 지도부 관계자)이란 말도 나왔다는 것은 과연 이번 참사를 애도하는 것인지 호재로 여기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여당 역시 방어하기에만 급급한 태도는 마찬가지이다.

역시 정치인이란 다 그런 사람들인 모양이다.

거리에 붙여놓은 애도를 표현하는 현수막을 보면서 애도의 표현보다는 전시효과를 위한 것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법’이다.

이러한 법을 세우는 입법기관의 당사자들인 국회의원은 무엇하고 있었는가.

심상정의원의 “8년 전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생명 우선 안전사회로 거듭나겠다며 모든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가짜였다”란 말은 맞는 말이다.

더 심하게 표현한다면 참사에 대비해 입법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지 않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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