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고  

문두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그걸 보게 하신다  

귀로 들을 수 없는 것 그걸 듣게 하신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 그걸 만지게 하신다  

무릎을 꿇고 온 맘을 모은다  

 

문두근 시집 <꽃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도서출판 나래.2022) 

108배를 하고 1080배를 절했다는 사람이 있다. 수시로 교회에 들러 간절하게 기도를 올린다. 매주 일요일에 빼놓지 않고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기도는 절을 하고 무릎을 꿇는 것 만은 아니지만 대부분 마음을 모아서 행하는 것은 같다.
남자는 함부로 무릎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은 동서양의 불문율이었다. 무릎을 굽히는 일은 본인에게는 굴욕과 패배를 의미하고 상대방에겐 존경과 존중을 담아 충성을 맹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스스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자에 대한 복종과 갈구함을 위해서다. 진심으로 무릎을 꿇는 일은 승패나 전설과는 다르다.사회가 어지럽고 사람들 마음이 갈라져 있는 요즘에는 무릎을 꿇어서라도 사회를 맑히고 아름답게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다.원로시인께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염려이다.
평생 한 번도 무릎을 굽히지 않았을 시인이 “무릎을 꿇고 온 마음을 모은다”고 한다.
눈과 귀와 손을 이미 가졌음에도 그것들이 미쳐 보지도 듣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저 너머의 아픔까지 보고 듣고 만져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다.
눈을 가졌어도 보지 않고 귀를 가졌어도 듣지 않고 선택된 것만 한정적으로 가까이하는, 이기적이고 편협된 사회에 대해서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온 세상을 두루 살피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처럼, 전능하신 하느님처럼 진심으로 보게 해주십사 무릎을 꿇었다.
짧은 언어로 쉬운 단어로 우리 사회를 진심으로 염려하신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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