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지옥에서 보낸 7일'
걷기열풍의 주인공 신정일, 안기부
취조관과 영화같은 이야기 풀어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간첩으로 끌려가 겪은 영화 같은 이야기, 숨기고, 숨겨온 그 비밀의 숲, 해파랑길, 소백산 자락길, 변산마실길, 전주 천년 고도 옛길을 기획했고, 수학여행을 현장체험학습으로, 11월 11일을 길의 날로 지정하는 운동을 펼쳤으며,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를 ‘신 택리지’로 저술한 신정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천재 소리를 듣는 그가 지옥에 들어가 처음으로 천재 소리를 들었던 안기부 취조관과의 영화 같은 이야기와 영화 같은 만남이 41년 만에 한 권의 책으로 펼쳐진다.

그 지옥에서 보낸 일주일을 통해 대학 졸업장을 받았고, 삶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 펴낸 신정일 자전소설 ‘지옥에서 보낸 7일’은 41년 전인 1981년 8월 어느 날, 지옥 같은 안기부에 인간 이하의 고문을 받은 7일간이 기록이다.

부제에서 암시하듯 최종 학력 국민(초등)학교 졸업인 그가 어떻게 ‘안기부로부터 대학 졸업장’을 받게 되었는가를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어쩌면 엄혹했던 전두환 정권이 의해 이유도 모르게 간첩죄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지만 이름도 없이 살았던 많은 이들을 대신해 이 책을 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삶이 힘들고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번에 펴낸 신정일 자전소설이 작은 위안과 함께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지옥에서 보낸 7일’ 이후 41년 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삶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지상에서의 삶을 ‘객사(客死)’로서 마감할 것을 소원한다.

나는 이것저것들을 체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두려움, 망설임, 슬픔과 고독, 그것들이 나의 친구였고, 그 속에서 내가 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러다가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나의 운명, 나의 지론이다.

그곳이 천국이건, 지옥이건, 그 길을 따라 떠돌다가 어느 날 문득 지상에서의 삶을 ‘객사(客死)’로서 마감할 것을 소원한다.

왜 그런가? 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길에서 생(生)을 마감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없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길을 가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길을 좋아하므로 길에서 죽는 객사를 꿈꾸었다.

하지만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옛사람들 의 말을 터득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세상에 살면서 길보다 더 좋아한 것이 어쩌면 책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문자를 알고서부터 어느 날 문득 문자중독증에 걸려 문자 조립공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이것은 병인가? 기쁨인가? 이렇게 지금도 헤매고 헤매는 나, 나도 어느 날 용재 성현 선생의 말처럼 최후를 맞고 싶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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