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마을숲 이야기'… 전국 마을숲 담아

예로부터 사람들은 마을 어귀나 강과 산이 있는 방향에 숲을 가꾸어 왔다.

계절풍 바람을 막고 홍수에 대비하여 마을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마을들은 대체로 배산임수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마을 앞이 텅 비어 있었다.

때문에 강이 범람하거나 겨울철 바람이 들이닥치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당시 눈앞의 자연 외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사람들이 떠올린 방법은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었다.

땅의 형상과 변화를 해석하여 땅의 불안정한 지점을 메꾸고자 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을 주위에 숲을 조성하고 돌탑과 선돌을 세웠다.

그러면 땅은 화답이라도 하듯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다.

마을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거나 나라가 전쟁으로 어수선할 때도 땅은 숲으로 마을을 감싸 사람들을 보호했다.

사람들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그 숲을 ‘마을숲’이라고 불렀고, 그때부터 인간과 자연 간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수백 년 동안 되풀이되어 온 자연의 기적이며 무한한 생명력의 원천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는 저자 이상훈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역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한데 모은 책이다.

마을숲은 대부분 처음 듣거나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골 마을 어귀에 몇 아름씩 되는 나무는 쉽게 마주했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이런 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된다.

어떤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나무는 한두 그루만 있지 않고 마을 정면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이게 바로 마을숲이다.

오랫동안 전국의 마을숲을 돌아보며 민속을 연구해 온 저자는 역사문화적 시각으로 마을과 마을숲의 구조와 지명을 살펴본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지역부터 생소하게 느껴지는 장소까지 꼼꼼히 둘러보면서 마을숲이 가진 의미를 삶과 사람의 이야기로 증언한다.

마을숲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우리 삶 곳곳에 깊숙이 존재한다.

거대한 산의 모양으로 마을의 뒤를 받쳐 주는가 하면 아늑한 동산과 가로수의 모습으로 일상의 풍경이 되어 준다.

흔하고 친숙해 보이는 공간이지만 저자의 걸음을 따라 마을숲을 거닐다 보면 우리는 숲에 덧칠된 흔적들, 신화와 전설, 역사와 민속들이 자연과 인간이 수백 년간 이뤄 온 기적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자는 땅의 생기가 인간과 교감한다고 말한다.

그 자체로도 완벽한 자연이지만, 사람들이 의미를 더하고 정성스럽게 보호할 때 더욱 조화롭고 온전한 삶터가 될 것이라고.

어쩌면 마을숲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숲이 만들어 낸 커다란 그늘 아래 서 있기도 하고, 낙엽이 쌓인 거리를 걷기도 한다.

모정에서 햇빛을 피하는 어르신과 개울에서 물을 튀기며 노는 아이들.

숲이 그려 낸 풍경을 이번 ‘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을 통해 가깝게 경험할 수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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