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대표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잇달아 구속되자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며 “유검무죄·무검유죄”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조작수사를 통한 검찰독재정권의 야당 파괴 공작에 총력으로 맞서싸울 것”이란 브리핑을 내놓으며 검찰의 야당탄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진짜 몸통도 드러날 것" 이라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 대표가 “유검무죄·무검유죄”에 대한 의미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검찰이 하면 모든 게 무죄, 검찰이 아니면 모든 게 유죄”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유전무죄·무전유죄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말이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통해 유무죄를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재량을 일탈하여 권한을 남용할 위험이 높다. 반면 현행의 법제도는 이들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편이다.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소극적으로 수사를 하거나 혐의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식구를 감싸왔던 사례와 공안기관의 불법행위와 사건조작에 가담한 사례들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여당이 정권만 잡으면 야당탄압을 위해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둘렀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일들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에 법을 왜곡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검찰은 칼로 법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위에서 여당이 이 대표를 향해 날린 비판의 화살은 아이러니 하게도 검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낳는다. 

이처럼 검사가 법왜곡을 통해 유검무죄·무검유죄라는 결과를 발생시켜도 해당 검사들을 처벌할 수도 없고 처벌한 사례도 없다. 직권남용죄를 처벌의 근거로 들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용지물이다. 바로 법왜곡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중점처리법안에도 법왜곡죄 신설이 포함되어 있다. 

법왜곡죄를 만들어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수사와 기소에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독일형법에는 일찍부터 법왜곡을(Rechtsbeugung)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 형법 제339조에서는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덴마크·노르웨이·스페인 형법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법관이나 검사에 대한 재갈물리기라는 공격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고발사주 의혹을 비롯하여 검찰의 공소권남용을 인정한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도입할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법왜곡죄는 검찰의 제식구 봐주기 수사나 권력범죄 또는 야당탄압에 대한 범죄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무죄·무전유죄 내지는 유검무죄·무검유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서민과 관련된 범죄에서도 법왜곡이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견으로는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부당한 지시죄 신설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왜곡죄와 부당한 지시죄는 같은 맥락이다. 을만 향하는 날카로운 칼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몸통을 억지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것이 정의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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