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르밀 사태가 남긴 교훈

우유소비감소 적자규모 확대
시장경쟁력 하락에 운영 어려움
코로나겹쳐 매출감소 적자누적
결국 사업종료 카드 꺼내들어
경쟁업체 경영활로 뚫은 반면
푸르밀 경영진 신산업 못키워

임실 13개 목장형유가공 농가중
푸르밀납유농가 4곳으로 거래처
끊기면 원유폐기 등 피해 떠안아
정부 내년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음용유값보장-가공유 800~900원
가격 책정··· 낙농가 소득증가 기대

지난 4년간 누적적자만 300억 돌파
올해도 180억 이상 적자 추가 예상
원유 80% 공급사 낙농진흥회와
계약해제 원-부자재수급 '난항'
기업 안전성 악화 투자자 신뢰하락

도, 희망퇴직자 취업박람회 개최
기업직접 납유농가 관리 강화
임실군, 지역낙농가-실직 근로자
피해규제-인수기업유치방안 모색

유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푸르밀 사태가 지역사회에 많은 교훈을 남기고 일단락됐다.

45년 업력의 범 롯데가 기업이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극적인 노사 합의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 경영진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안일하게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경우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초래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10일 푸르밀은 이달 30일 예고한 사업종료를 전격 철회하고 30% 감원으로 사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업종료를 철회한 푸르밀은 앞으로 구조조정 및 사업 슬림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보다는 일단 사업 정상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영진의 탁월한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실 신평에 공장을 두고 있는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끝내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각절차에 들어갔으나 이마저 무산되면서 11월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직원들 모두 정리해고를 통보하자 노조 측은 ‘불법해고’라며 크게 반발하는 등 지역사회에 파문이 확산됐다.

이처럼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된 직원들은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사업을 종료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나가 죽으란 말과 같다.

20년 넘게 청춘을 이곳에 바쳤는데 이제 50이 넘는 나는 어쩌란 말이냐”며 울분을 토로하면서 매일 회사와 투쟁해 나간 결과, 지난 10일 회사 신동환 대표이사가 노사합의 사항을 전격 수용하면서 사업종료를 철회하고 영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받아 냈다.

논란 끝에 임직원 30%를 감축하고 영업을 유지하기로 한데 까지는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지 24일 만이다.

푸르밀은 회사가 비상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노조가 인력 감축 30% 구조 조정안에 합의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가 정상화되기 까지는 넘어야 과제가 많다.

본보는 지역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푸르밀 사업종료 사태가 남긴 상처를 다시 한번 짚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사태발생 원인

지난달 10월 17일,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를 생산하는 범롯데가 푸르밀이 ‘11월30일’에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한다고 밝혔다.

사업 종료를 불과 44일 앞두고 한장짜리 공고문을 통해 전 직원에게 “회사를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푸르밀은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유가공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직원 350여명, 협력업체 직원 50여명, 화물 배송 기사 100여명, 500여개의 대리점주, 24개 낙농가의 생계가 막막해지면서 지역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그 동안 우유 소비 감소로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시장 경쟁력에 떨어지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과정에서 또 다시 코로나 사태 등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적자가 누적되어 왔다.

실제로 푸르밀의 영업 손실액은 2020년 113억원에 지난해 124억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이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푸르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던 매각마저 무산되자 결정적으로 사업종료라는 카드를 뽑아 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푸르밀의 위기는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출산율 감소로 우유 소비가 뚜렷하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건강기능식품, 대체 우유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을 동안 푸르밀의 경영진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전혀 올라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푸르밀 사태는 경영진의 전략 부재가 회상의 존폐까지 결정지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소비 트렌드 변화, 원, 부자재 가격 폭등 등 여러 변수에 직면하고 있는 식품업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래 전부터 우유 업계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도 미래생존과 성장을 위한 경영진의 적절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임실군 유가공 농가 상황과 현실

현재 임실군에는 13개의 목장형 유가공 농가가 있다.

요구르트와 스트링치즈, 구워먹는 치즈 등의 신선치즈, 그리고 숙성치즈 등을 제조하는데 클러스터 사업단을 통해서 통합뮬류 시스템으로 판매하고 있다.

목장형 유가공 농가는 납유 후에 남은 원유를 요구르트와 치즈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인데 푸르밀 납유 농가 중 4개 농가가 목장형 유가공 농가다.

이들 농가의 경우 납유를 하지 못하면, 유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요구르트는 2주, 신선치즈는 최장 2개월까지로 납유하지 못한 원유를 유제품으로 만들 수가 없다.

또, 만든다 하더라도 판매로까지 연결되지 못해서 결국에는 폐기되기 때문에 목장형 유가공 농가들도 다른 낙농가와 동일하게 피해를 받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생산비에 연동해서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구조인 연동제를 폐지하고, 2023년부터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흰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에 대해서는 현재의 리터당 1,100원을 보장하되, 치즈 등 수입제품이 많은 가공용 우유에는 800~900원 선의 낮은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대신 정부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 현행 쿼터인 204만9천톤보다 많은 217만5천톤(음용유 186만8천톤/가공유 30만7천톤) 양을 수매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낙농가 소득이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르밀 회사가 풀어야 과제

노사 4차 교섭 끝에 사업유지로 최종 마무리됐지만, 업계는 아직 푸르밀이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적자가 누적된 경영악화다.

실제 푸르밀은 2019년 영업손실 88억원에서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매해 적자폭이 커지면서 지난 4년간 누적적자가 300억원이 돌파했다.

여기에 올해에도 180억원 이상의 적자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까지 누적 적자는 총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푸르밀측은 오너 경영실패라는 따끔한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유제품 소비감소와 원재료비와 유류대 상승 등 대외 경영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누적적자가 커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분간 사업 정상화까지는 어려운 실정이다.

푸르밀은 11월 말 사업종료를 계획하며 원유 80%가량을 공급받아온 낙농진흥회와 지난 10월 기점으로 재계약을 맺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원·부자재 수급부터 어려운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종료 계획으로 바닥을 친 신뢰회복이다.

전문가들은 푸르밀 경영진은 직원과의 신뢰회복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에게 잃은 신뢰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한 대학교수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3대 투자 기준은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인데 이번 사업종료 발표로 안전성 부분이 크게 흔들린다.”며 “경영진은 대외 경영환경 악화만 탓할 것이 아니라 사업구조 다각화 등을 꾀해 기업의 영속성을 보여줘 직원과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환 대표이사는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하오니 부디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어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라”며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당국의 발 빠른 대응방안

전라북도는 푸르밀사태와 관련, 희망퇴직자 지원을 위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방안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현장채용관, 컨설팅관,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재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 현장 채용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

현장채용에서는 임실소재 일진제강 등 도내 우수기업 20개사가 참가해 생산직 55명 등 총 87명을 채용 폭표로 현장 면접이 진행됐고, 부스마다 참여자들의 열띤 면접이 이뤄졌다.

특히 푸르밀 사태와 관련해 전북도가 낙농진흥회에 가입하지 않고 기업에 직접 납유하는 농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전북도은 도내 389개 낙농가 가운데 약 67%인 263개 농가는 낙농진흥회 소속이지만, 나머지 126개 농가는 기업에 직접 납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직접 납유하고 있는 낙농가 피해가 가장 컸다는 점을 감안해 도는 이번 푸르밀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 낙농진흥회 가입을 희망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쿼터매입 시 융자지원 등 직송농가 관리에 더욱 행정력을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임실군도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낙농가 및 실직 근로자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피해 구제를 우선 실시하고, 기업 및 전북도와 함께 인수기업 유치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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