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규 '가을끝에 부는 바람은 커피향이 난다

82편 시 2편 산문에 사진 곁들여
해설글-다양한 편집 친밀감 제공

누구나 쓰는 평범한 글이 아닌 자신의 뜻이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생 동안 시 창작의 길을 걸어와 달인의 경지에 섰을 법한 시인들도 한결같이 ‘시는 쓰면 쓸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지나친 겸손 같기도 하고 엄살을 떠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말은 시를 쓰기란 죽을 때까지 부단한 자기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성급하게 시 창작의 비법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법이 없다 하더라도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데생 연습을 쉴 새 없이 하는 것처럼 시를 쓰기 위한 지름길을 가려는 생각을 버리고, 소와 같은 우직한 걸음으로 자기의 모든 생활습관에서부터 진솔하고 겸손하게 닦아 나가야 한다.

체험을 풍부하게 가져야 하는 것은 시 창작의 필수조건이다.

실제로 우리가 부딪치는 세계의 폭은 좁고 한정돼 있다.

당연히 경험도 거기에 비례해서 비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박해규 시인의 시집 ‘가을 끝에 부는 바람은 커피향이 난다’가 주목된다.

박해규 시인은 우물안의 개구리 식의 자기 생각이나 세계를 뛰어 넘어 더 넓은 세계로 사고와 정신을 이끌어 갈 저력을 보여준다.

상상력 없이는 쓸 수 없는 것이 시이며, 실제적으로 시는 어떤 글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문학이다.

따라서 상상력을 풍부하게 키워야 하는데 체험이야말로 이것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상상력은 두 대상을 연결하는 힘이다.

시인은 비유의 힘을 빌어 두 대상을 하나로 연결한다.

비유에서 두 관념 사이의 통로가 용해되어 있거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질 때, 원관념이 보조관념과 서로 뒤바뀌어 넘나들 수 있을 때, 독자들은 신선감과 함께 시 읽기의 즐거움을 보다 크게 누릴 수 있다.

비유의 핵심은 동질성과 이질성, 사물간의 연관성이다.

눈앞의 현상 너머를 바라볼 줄 아는 눈, 이것이 박해규 시인의 힘이다.

신해식 시인은 “더욱 뜨거운 감성으로 행복한 언어 세계를 확장하여 나가서 언어가 곧 삶이라 생각하고 박해규 시인도 덩달아 행복해지길 바라며 앞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83편의 시와 2편의 산문 그리고 틈틈이 찍은 사진까지 한 공간에 모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일 수도 있는 덧붙이는 글과 함께 다양한 편집을 통해 시집이 독자에게 가깝고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시인은 “아름다운 감성이 담긴 서정시로 노래를 만들어 삶이 힘든 사람들과 정겹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위로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며 “봄바람처럼 따스한 감성으로 길섶에 핀 이름없는 들꽃까지를 가슴에 안고 꽃으로 가득한 언덕을 오르며 도레미송을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2021년 한맥문학 신인문학상 시 당선으로 등단한 박해규 시인은 시학과 시 잡지에 작품을 게재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호원대에서 40년을 교육과 작품연구를 했으며, 현재 호원대 명예교수다.

한국미술협회, 전북미술협회 초대작가, 전주미술협회, 전주한지조형작가협회에서 활동하며 만성동에서 시를 쓰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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