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진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미국 이민 2세대 젊은이 고뇌와 아픔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며 생존법 터득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 ‘파친코’를 통해 해방 전후 우리 민족의 삶을 재조명한 작가 이민진.

그의 첫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 이민 2세대 젊은이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다룬 자전적인 요소가 녹아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을 겪은 미국 이민 1세대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성공한다.

케이시의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젊음을 바쳐 일하며 포기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자식 세대에서 풀고자 최선을 다했고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재능 넘치고 잘 배운 이민자의 딸에게 미국 사회는 다시 성별과 피부색, 학벌의 단단한 벽을 보여준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죄책감과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겪어야 하는 편견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품은 채, 케이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인생의 터널을 외롭게 걷는다.

제목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기득권층에게 마련된 세상의 호의로도, 세상의 온갖 호의를 망설임 없이 누리는 그들의 태도로도 읽힌다.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케이시와 친구들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고,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케이시와 친구들에게 세상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작은 성공을 이루었나 싶은 순간 더욱 차가운 일면을 드러낸다.

능력을 증명해도 존중받지 못하고, 때로는 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차별을 고스란히 겪는다.

이민진 작가는 2021년 한 인터뷰에서 “2007년 출간 당시 사람들은 주인공 케이시 한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제 시대를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호기심과 재능이 넘치고, 반항적이지만 독립적인 케이시가 맞닥뜨린 당시의 미국은 2022년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기득권층을 위해서는 한없이 친절한 세상이 재능과 노력 앞에서 차갑게 등을 돌리는 모습, 성실함 하나로 승부해온, 성공 문턱에서의 좌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들의 몰이해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하지만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에 등장하는 이민자의 아들딸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참고 견디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그들은 열심히 욕망하고 표현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들은 보다 많이 사랑하고 이별하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세상을 스스로 배워나간다.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케이시의 인생은 상처로 가득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럴수록 그녀를 지탱해주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서툴게 보듬는 과정에서 그녀 역시 위안을 받는다.

싸우는 대신 이해하는 편을 택하면서 얻은 것은 해방감과 자유였다.

영어로 쓰이고 미국 독자들에게 먼저 소개된 이민진 작가의 책이지만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울림은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에게 한국인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게 하고 우리와 함께할 다음 세대 한국인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영감을 주는 책들.

우리가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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