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능력 가진 추억의 로봇 만화

어렸을 때 좋아했던 추억의 로봇 만화가 있습니다. 어문각 출판사에서 발행하던 어린이 잡지 [새소년]에 매달 연재되던 [바벨 2세]입니다. 당시 잘 모르는 <김동명>이라는 만화가가 그린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만 <요코야마 마츠테루(橫山光輝)>가 그린 만화를 그것도 저작권료도 없이 무단도용했습니다. 나중에 정상적으로 돈 주고 발행하였습니다만. 

만화에는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다 들어있었는데 주인공이 일단 초능력의 소유자였고, 출중한 세 부하를 부리는데 어린 마음에 정말 부러웠습니다. 평소 검은 퓨마처럼 다니다가 필요할때마다 변신하는 <로뎀>, 주로 바다 속에서 부름을 기다리는 <포세이돈>, A380 여객기만큼 크고 주인공을 목에 태우고 날아다니는 <로프로스>까지..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겁니다. 

하! 진심으로 주인공이 부러웠었습니다. 만화가는 아이들이 꿈꾸는 Metamorphosis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사실은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어는, 저도 이유는 모르지만, 글자 하나에 발음이 여럿인 차원을 넘어 단어에도 발음이 하나가 아닌 것이 이상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본인들도 발음을 어려워한다니 이상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대척점에, 지금의 판단으론 악당이라고 하긴 무엇한 호적수로 <요미>가 있었습니다. 로마제국 때의 평민복 투니카 같은 옷을 입고 다닙니다. 마르고, 고집스러운 인상으로 턱수염을 길게 길렀습니다. 

<요미>의 한자는 黃泉입니다. '황천 또는 저승 간다'할 때의 그 황천입니다. 또 다르게는 같은 글자인데도 '고센'이라고 발음하더군요. '고센'이라고 발음되는 다른 한자 단어가 있는데 그게 '皇天'입니다. 일본이 과거에 帝國이었기에 아직도 자기들끼리는 일왕의 호칭을 '天皇'이라고, 일어로 '덴노'라고 발음하고 싶어하지요. 의미는 같겠지만 단지 한자의 앞뒤만 뒤집었을 뿐인데 天皇 '덴노'에서 皇天 '고센'으로 발음이 바뀝니다. 그것도 한자만 黃泉으로 다르게 했는데 '고센'으로 발음하면 물의를 일으킬까봐 조심스럽게 '요미'로 발음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는 아직 세계에서 저 혼자 그런 의도인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만화가가 이미 20여 년 전에 타계하여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요미>의 모델이 <히로히토>로 짐작되는 단서는 넘치도록 많습니다. 

첫째 <바벨 2세>뿐 아니라 <요미>도 극소수만 타고나는 특출난 혈통과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천황가라는 특수성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마른 체형에 턱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히로히토>의 콧수염과는 턱수염으로 약간 다르지만 동북아에서 수염 기르는 것은 나름 수장들만 가능하지요. 이상하게 일본 정치계에서도 우파들이 수염이 많습니다. 신분 피라미드의 정점이라고 표시한 것일까요?!

세째로 바이러스나 세균전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악명 높은 731부대가 생각나시지 않나요!

네번째 가장 중요하고 큰 공통점은 헐리웃 영화 등에서의 악당과 달리 세계를 파괴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하여 자신의 발 아래 두고 통치하고 싶어합니다. 그렇다고 약탈을 꿈꾸진 않습니다.

다섯번째 많이도 죽었다가 살아납니다. 죽었던 <요미>의 여러 번의 재생이나 부활은 패전 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일본의 군국주의 색채를 말하려한 것인지, 또는 전범으로 체포되거나 사형 당하지 않고 天壽를 다 누린 <히로히토>의 삶을 은유한 것인지 어느 쪽일지 모르겠습니다.

만화가가 나름 일본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또한 <히로히토>를 모델로 했음을 찾아내달라고 여러 힌트를 깔았다고 생각합니다. 만화 내용은 알아서 구해 읽어보셔요. 수십 년 전에는 아동용 만화로 생각했는데 구입해서 다시 보았더니 많은 은유와 상징이 있습니다. 反戰 사상도 짙습니다.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나름 많은 사색과 독서를 한 만화가입니다. 결코 허접은 아닙니다.

다음에 소개할 책은 그래서 [히로히토]입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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