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학에 관심 깊었던 메이지천황의 장손

2002년에 576쪽으로 출판되었는데, 지금도 17,000원 입니다. 그저 출판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위해서 먼저 추억의 만화 [바벨 2세]를 주저리주저리 소개했습니다. 두께는 본문만 547페이지나 되는데요. 한 번 읽어내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문장이 신문기사처럼 하드보일드하게 간결하고, 저자가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고 또 줄였기에 한 줄만 건성으로 읽어도 전후 관계나 핵심을 놓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밀했기에 정신 바짝차려야 했습니다. 의학전공서적처럼 간결합니다만, 재미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한 것이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 측 모든 최종 결정을 <히로히토>가 했고, 이전의 중일 전쟁도 그랬습니다. 그에 대한 증거를 광범위한 전후 상황 조사로 이뤘습니다. 

이 리뷰는 일관성을 위해 일왕보다는 천황으로 호칭하려 합니다.

'파시즘'의 어원은 로마제국 때 집정관을 호위하던 경호대가 가지고 다니던 도끼가 달린 '파스케스'에서 유래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시인이던 <단눈치오> 등이 사상적 근거를 마련하고 <무솔리니>가 유일자, 즉 영웅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의 호칭은 <두체>로 불리게 됩니다. <무솔리니>는 최초로 파쇼 정권을 수립하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히틀러>는 아시다시피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화가 지망생이었다가, 1차대전 때 하사관으로 전쟁을 치르죠. 패전 후 지지율이 겨우 1%대의 국가사회주의당수였으나 극적인 상황 전개로 권력을 잡죠. 이때 부르조아지 또는 산업자본세력과 프로이센 귀족이 중심이던 군부의 지지를 받습니다. 그리고 '장검의 밤'에 친위대가 <에른스트 룀>을 제거합니다. 둘 다 권력을 쟁취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히로히토>는 날 때부터 메이지천황의 장손으로 1901년에 태어나 1989년에 88세를 살았습니다. 날 때부터 발을 끌었고 허리도 꾸부정해서, 사람들은 나름 외모나 체격이 훨씬 준수한 동생에게 더 시선들을 많이 주었답니다. 그래선지 내성적인 성격이 더해져 은둔하는 성향을 보였었다 합니다. 생물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 평생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15세 때 아버지 <다이쇼> 천황이 큰아들의 해소되지 못한 성욕에 대해 관심을 두어 엽기적인 배려를 해주게 됩니다. 세자의 동정을 떼줄 여자를  <다이쇼>가 직접 명령하여 총애하던 후궁 중 가장 어린 후궁을 보냅니다. 그녀는 명령을 충실히 완수했음을 <다이쇼>에게 보고합니다. "많이 놀라신 듯했으나 순순히 따랐습니다."라고요.

19세기까지는 당연했고, 20세기에도 <메이지>, <다이쇼>까지도 후궁을 여럿 두었다 합니다. 하지만 족보로 따지자면 작은 어머니가 황태자의 동정을 떼준 거죠. 애초에 범상치 않던 <다이쇼>의 정신 상태가 더욱이상해져서 죽기 8년 전부터, 즉 결혼 직후부터 <히로히토>가 실질적으로 통치하기 시작합니다. <다이쇼>의 행동들에 대해서는 검색해보십쇼. 이 당혹스러운 경험이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히로히토>는 단 한 명의 첩실도 두지 않습니다. 그 점은 놀라왔습니다.

지나는 길에 나무위키를 검색했더니 <다이쇼>가 첩실을 둔 적이 없었다고 나와있습니다. 누가 맞은 것인지 모르지만, 단순히 첩실을 두었다는 사실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터부를, 그것도 아버지의 명령으로 범했다는 것을 아무 근거 없이 적을 언론인이 있을까요.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인 <에드워드 베르>가 조사한 자료를 쌓으면 5층 높이는 넘을 것 같아, 저로서는 나무위키 저자의 잘못일 것으로 믿습니다.

<다음주에 계속>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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