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서현 장편소설 '좀비시대' 출간
현시대 노동 적나라한 문제 파헤쳐

한국문학사에서 노동문학이 한국 민주주의와 함께 논의되고 그 문학적 실천에 혼신의 힘을 쏟았던 적이 있었다.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이 한국 민주주의의 당당한 사회적 과제였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노동 현실의 구조적 억압과 모순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문학적 실천을 펼친 적이 있었다.

노동자와 함께 노동의 열악한 현실에 작가들이 참여해 노동현실의 구조악과 행태악에 저항함으로써 노동해방의 전망을 모색하는 일이 한국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뿌리내리는 문학의 숭고성을 벼린 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방서현의 장편소설 ‘좀비시대’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아래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고용구조 속에서 엄습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 착취에 따른 노동의 구조악과 행태악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것은 지난 시절 노동문학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말 그대로 새로운 유형의 노동억압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우리가 한층 유념해야 할 것이 이 새로운 유형의 노동 억압과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 사회노동계의 현안으로 급부상되고 있는 ‘간접고용’, ‘중간착취’, ‘삼각 고용’의 문제와 직결된다.

‘좀비시대’는 우리 시대의 바로 이러한 노동의 적나라한 문제를 예각적으로 파헤치고 있는바, 비록 장편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지금 교육사업의 경제활동을 통한 학습지 시장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중간착취의 노동억압에 대한 현장 보고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작중인물 연우는 국어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교육 경험을 쌓기 위해 방문형 학습지 교사를 택했다.

학습지 교사의 직업상 일의 성격 때문이지 대부분 여성인데 비해 연우는 남성으로서 이 직종에서 성별 희소성의 비교 우위 가치를 지닌 양 회사 간부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연우에 대한 이런 관심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으로 연우는 그가 일하는 회사의 실상을 알아가면서 ‘간접고용’, ‘중간착취’의 노동억압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좀비시대’를 읽는 것은 좁게는 학습지 교사가 겪고 있는 부당한 노동의 처우와 지옥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면서, 넓게는 21세기 새로운 노동 고용의 형태로 팽배해지고 있는 간접 고영 아래 중간착취의 엄혹한 노동 억압을 겪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증언을 경청하고 이에 대한 투쟁에 동참하는 사회적 실천이다.

‘좀비시대’가 말미에 던지는 몹시 불편하면서도 래디컬한 물음이야말로 이 소설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준다.

저자는 “내게 있어 글은, 소설은 어릴 때 보았던 무지개와 같다. 신비하고 환상적이며 꿈속 같고 아지랑이처럼 뭉클하다”며 “그 존재만으로 벅찼기에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도 꿋꿋이 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방서현 작가는 논산 출신으로 목원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글쓰기 수련과 깊은 사색을 해왔으며, 202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무지개와 같은 글을 쓰고자 고향에 둥지를 틀고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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