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조 전북문인협회 회장
/김현조 전북문인협회 회장

2022년 연말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사면을 받지 않겠다는 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포함시켰다. 이런 행태를 보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사면을 밀어부쳐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일이 생각났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사법적 권한인 사면권은 형벌적인 전부 또는 일부를 소송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멸시키거나 특정한 죄에 대한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국가원수의 특권이다. 이러한 사면제도는 국민 및 사회재통합의 목적이나 법 감정의 변화와 형사정책적인 목적 등의 이유로 그 운영의 형태는 다르다 해도 죄의 용서와 형벌에서 벗어난다는 효과 면에서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마다 사회적, 정치적, 나아가 법적인 적정성의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 사면권은 형사사법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사법부의 유죄선고나 형선고의 효과 또는 공소권을 소멸시키거나 형집행을 면제시키는 비사법적 행위로서 삼권분립의 예외적 통치행위에 속한다. 그러므로 헌법적 관점에서 권력분립원칙, 법치주의, 평등원칙, 형사법적 관점에서는 형벌의 목적인 일반예방과 특별예방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절대군주의 은사권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경제인, 정치인들에 대한 정략적 고려로 인한 사면권 오·남용 등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단행해왔던 특별사면의 경우를 보면 명분이야 ‘국민화합’ 또는 ‘경제살리기’를 내세웠지만 자의적 행사로 인한 정치적 오·남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회적 논란을 차지하는 현안이 되어왔다. 이번에 사면복권시킨 인사들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우병우 등 국민이 사면을 반대한 사람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더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횡령 등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뒤 2년 2개월여 만에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총 17년의 징역형 중 남은 14년여의 형기와 130억 원의 벌금 가운데 끝까지 내지 않은 약 82억 원은 집행 없이 그대로 면제되었다. 세금을 훔쳐간 사람에게 현직 대통령이 자위로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면의 문제가 큰 것은 2개월 된 범죄자인 장성철을 사면시킨 일이다. 대통령실에 근무했기 때문에 빼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정치적 사면은 더 큰 범죄자를 만들어 주는 꼴이다. 

법이 정의롭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면 민주사회라 할 수 없다. 특히 법을 권력자들과 힘 있는 편에서 집행된다면 이것은 국가와 법이 국민에게 부리는 행패이며 폭력이다. 헌법을 유린하고 큰 도둑은 봐 주는 행위는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정치인 사면과 복권은 절대 반대한다. 지금까지 감옥에 있던 자들은 국민이 준 권력을 이용해 사기, 뇌물, 남용한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국민이 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한 사람들이다. 정치인에게 권력을 준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공익이었다. 윤대통령은 국민통합과 결자해지라고 했는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에게 국가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범죄자가 뭘 기여할 수 있는가?, 사기치는 방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것인가? 지금까지 통계에 따르면 도둑놈을 풀어주면 다시 도둑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바란다. 국민통합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 자기들끼리의 통합을 강조한 것인가? 국정농단과 국가권력을 남용한 사람을 풀어주고 국민통합이라고? 이 사람들 대부분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갔다.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국민의 힘 70명, 민주당 4명을 사면했다. 정치인의 수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차제에 사면권을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조선에서 가장 혁명적인 두 사람은 아직도 사면복권되지 않았다. 공화주의를 외쳤던 정여립과 신분제를 반대했던 허균이다. 이들은 400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죄인인 채 있다. 전북의 정치인과 학계에 요구한다. 이제는 사상가이고 혁명가인 두 사람을 사면하는데 앞장서라고 주문한다. 뻔한 죄인도 사면되고 복권까지 되는 마당에 위대한 역사 인물이 사면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조선 초기의 정도전은 조선 말기 대원군에 의해 사면복권되었으니 시대나 기간은 따질 일이 아니다. 인보 정여립 선생을 사면하여 우리 지역에 오명으로 남았던 반역향이라는 딱지도 떼어내야 한다. 이것도 정치인이 할 일이다.

새해를 맞았다. 전주와 전북에서 힘차게 달려보자고 머리띠를 묶고 신발 끈을 조여 맨 듯이 움직이고 있다. 전라북도 기운이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역사와 문화도 자긍심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변화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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