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다

김계식

 

비탈을 내려가는 빈 수레처럼

저절로 가속되어가는 세월

덜커덩 걸림돌이 되어주는

그런 그리움 하나 만났으면 좋겠다

 

살며시 고개 돌렸을 때

도화선에 불붙인 쿵쾅거림으로

가라앉은 심장을 뛰게 하는

그런 설렘 하나 만났으면 좋겠다

 

눈부처에 서로의 모습 그릴 때

날로 짙어지는 순결을 타고

마음 속 따뜻한 온기 오고가는

그런 정 하나 만났으면 좋겠다

 

좋아한다고 겉 드러낸

낯부끄러운 명명(命名)아니어도

심장의 박동에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그런 사랑 하나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김계식 시집 <아름다운 체념>(인간과 문학사. 2022)

팔순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 인생 달관의 경지에 이르고 삶에 있어서 도의 경지에 이를 것 같지만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서 마음이 허전하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행복이어야 한다. 행복이 오래가려면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언제나 주관적이어서 서로 뜻이 통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시인은 시제를 “만나고 싶다”고 마음을 공개하였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 것이 시가 되었다. 원로시인에게는 숱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으리라. 그 결과로 좋은 만남을 제시하고 있다. 시인의 바람이기도 하고 독자를 위한 안내이기도 하다. 기왕 만날 사람이라면 시인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새해 벽두에 이보다 맑은 기도가 있을까.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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