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북 아파트 전세가율 79.5%
전국평균 69% 웃돌아 전국 최고
기준금리인상 여파 전세시장 침체
매매값하락-전세거래 찾기 힘들어
전세보증-대출비중 축소 시급

보증보험가입 부채비율 80% 훌쩍
70.2% 깡통주택 전국 두번째 높아
개인보유주택도 51.6% 절반 넘어
2년간 주택값 10~20% 떨어지면
깡통전세 전락 비중 12.5% 달해

임대사업자 보증보험가입 의무화
주택절반 이상 '깡통전세' 위험
반환보증사고액-대위변제액 급증
올해말 59.7배↑ 24년 66.5배로
법정한도초과 보증상품 중단우려
HUG 보증한도 상향 법안 발의

깡통주택, 깡통전세란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초과해 경매로 매각해도 보증금을 잃게 되는 주택을 말한다.

최근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에 따른 전세수요 감소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상승기에 높은 집값 때문에 전세가격이 형성되면서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자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적은 상황을 이용하는 갭투자가 많았던 것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해까지 전세가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던 때가 있었다.

최근에는 임대사업자들의 보증보험 가입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깡통주택’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이 더 이상 깡통주택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역전세와 깡통전세 위험성이 금융시장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편집자주 

 

▲전북지역 전세가율, 전국 최고라고?

#이모(50)씨는 지난해 집을 구하려고 전주시 덕진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다가 매매가 대비 비싼 전세가격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A아파트 전용 85㎡ 매매가가 2억4천900만원인데 전세가는 2억8천만원으로 3천만원이나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도권지역 등에서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에 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전주와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몹시 당황했다.

전북지역에서도 전세가율이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했던 때가 잦았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 비율을 말하는데,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신호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 기준 전북의 전세가율은 82.19%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이 전북지역의 아파트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7월에도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 전세가율은 79.5%로 전국 평균 69%를 크게 웃돌며 전국에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처럼 전북을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에도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거나 현실화되고 있다. 

전세가율이 80%를 웃도는 것은 물론 전셋값이 집값을 따라잡거나 뛰어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에 따르면 전주시 덕진구에서는 지난해 6월 1억7천700만원에 거래됐던 B아파트가 같은 달 2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매매가격 보다 2천300만원 높게 형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군산에서도 1억원에 팔렸던 C아파트가 한달 뒤 매매가격보다 1천500만원 많은 1억1천500만원에 전세로 나갔다.

이처럼 전북지역 등 일부 지방에서는 이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보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 가량 높게 형성되거나, 전세 체결 뒤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100%를 넘긴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칫 경매에 들어가 보증금을 돌려 받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임차인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평소에는 위험성이 없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집값이 떨어지면 곧 전세시세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문제가 커지게 된다. 

깡통전세는 코로나 이후 가파르게 뜀박질한 집값이 원인이 됐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전세계약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과도한 대출로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전세가율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과열됐던 전세시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집값이 하락하면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깡통전세 위험까지 현실화되자 시장에서는 전세거래가 빠르게 실종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전세시장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시장의 초과공급이 지속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 거품을 막는 데는 전세보증을 축소하고, 대출 비중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필요한 조처라는 처방도 제시되고 있다. 

 

▲보증보험 가입주택 절반 이상 ‘깡통주택’

최근 전북에서도 법인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중 보증보험 가입 부채비율이 80%를 넘는 ‘깡통주택’ 비율이 70.2%로 높게 기록됐다. 

개인 보유 주택도 51.6%로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법인의 ‘깡통주택’ 비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고, 개인 보유도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가입의무 도입 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전북지역에서 법인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주택 3만3천796세대로, 이 가운데 약 70.2%에 해당하는 2만3천714세대는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개인 임대사업자는 927세대 가운데 약 51.6%인 478세대의 집주인 부채비율이 80%를 넘었다. 

문제는 전북지역 법인ㆍ개인 임대사업자들의 보증보험 가입 부채비율이다. 부채비율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권 설정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집값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깡통주택’으로 불린다.

이들 주택에 대출이 없더라도 집값 하락기에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전세보증금과 집 매매가격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전세보증금과 해당 집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의 합이 매매가격을 넘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전액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다.

깡통전세 위험도를 추정하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10~20% 가량 떨어지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8건 중 1건이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주택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 계약 중 향후 2년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20% 하락하면 깡통전세가 될 확률이 1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깡통전세로 전락할 비중은 전국 시ㆍ도 가운데 대구가 33.5%로 가장 높았고 경북이 32.1%로 뒤를 이었다.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2.9%과 경기도 7.2%, 부산 11% 등은 깡통전세 가능성이 오히려 낮았다.

전세 보증 보험은 보증금 사고가 발생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우선 갚아주고 이후 집주인한테 돌려받거나 집을 처분해 돈을 회수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집을 경매에 넘겨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빌라왕’ 등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깡통전세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

전주시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깡통전세 문제 대응책을 보증금 반환보증에만 의지하다 보면 보증기관에 대부분의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의 선순위 임차인 정보라든가 체납정보 확인권 같은 각종 대응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전세자금 대출이 서민 대출이라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에 너무 많은 자금이 풀려져 있게 되는데 상환 능력 고려와 전세금 관련 비율 축소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주택도시보증공사 재무건전성 ‘빨간불’

정부는 깡통전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의 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다만 예외 사유가 있는 모든 임대사업자가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임대주택 중 깡통주택 비율이 높아지며 HUG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한 임대사업자 주택 절반 이상이 ‘깡통전세’ 위험 주택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 건전성에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임대사업자의 부채비율이 80%를 넘게 되면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깡통주택’으로 간주한다.

‘깡통주택’은 집을 매도해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큰 데 이럴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했다면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날수록 HUG가 대위변제 해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과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이를 청구한다. 하지만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HUG 손실로 이어진다.

깡통주택 증가와 악성 세입자 증가에 HUG의 보증배수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HUG 등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한도사용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HUG의 보증배수는 지난해 말 52.9배를 기록한 뒤 올해 말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4년 보증배수가 66.5배에 달해 법정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HUG의 추정치대로 보증배수가 늘어날 경우 2024년에는 전세금반환보증을 비롯한 보증상품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HUG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한 보증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금은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현행 60배에서 70배로 확대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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