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자치단체장이 지역주민의 편의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인가 또는 허가를 하면서 법이 정한 범위에서 혜택을 주거나 조건을 제시한다면 이는 범죄일까, 자치단체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행위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실제 자치단체에서는 기업유치를 위해 인허가를 하면서 지역발전에 어떻게 이바지 할 것인가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위와 같은 자치단체장의 행위를 검찰이나 경찰이 처벌하려고 하면 아마도 형법상 제3자뇌물공여죄를 근거로 들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법률용어 중의 하나가 바로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공여죄다.

흔히 제3자뇌물죄라고도 부른다.

일반인이라도 뇌물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제3자뇌물공여죄는 좀 낯선 용어다.

이 범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

뇌물을 받는 사람이 공무원이나 중재인이 아니라 제3자라는 점에서 일반 뇌물죄와 다르다.

제3자뇌물공여죄의 적용 사례로는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사건의 하나인 미르 k스포츠 재단 후원금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으로 하여금 이 재단에 후원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에 편의를 제공한 것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판례는 제3자뇌물공여죄의 한 사례에 불과할 뿐 사실관계가 다른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특히 자치단체장이 행정처리를 위해 인허가를 한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체장은 어떻게 해서든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세수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일반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다른 자치단체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에 뛰어든 자치단체는 기업에 다양한 유인책 및 혜택을 제시한다.

허다한 일이다.

여기에는 인허가 사항에 대한 편의도 포함된다.

기업을 유치하려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 해주거나 용도변경 내지는 용적률을 상향해 해주겠다는 제안도 다반사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행위는 단체장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다.

자치단체가 과거에는 불허했지만 기업이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을 제시했을 때 자치단체가 이를 허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수사기관이 자치단체장에게 제3자뇌물공여죄를 편의적으로 해석해 무리하게 적용한다면 자치단체는 기업유치에 매우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다.

아니 유치하더라도 지역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

지역주민을 위해 뭔가 해달라는 것도 결국에는 제3자뇌물공여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치단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흔히 법률가들의 법해석 내지는 법적용을 보면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고 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이란 뜻으로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정부나 법원 및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법해석 내지는 법적용 기관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 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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