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새해

문영
 

자명종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서는 아침

방구석에 웅크린 고요가

꽁무니를 빼며 달아나고

커튼을 걷자 문밖에서 머뭇거리던 빛들이

우르르 무너진다


뿌옇게 번져오는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장승 같은 에어컨이며

명멸하는 별빛 같은 가족사진 액자와

히드라의 산발머리 같은

드라세나콘시나를 두리번거린다

마지막 잎새처럼 걸린

섣달 그믐달이 어제처럼 생경하다
 

이제 눈 비비고 일어나

틀어진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헝클어진 옥수숫대 머리 위로

유령처럼 겨울안개가 몰려오고

세상은 금세 바다가 된다
 

듬성듬성 떠있는 집들 사이로

퉁퉁거리며 술래가 되는

먼저 떠난 사람들이 한숨처럼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그림자를붙잡고

통곡하는까마귀 떼 하늘문을 닫는다

문영 시집<언젠가 푸르던 혹성의 비망록>(도서출판 청어. 2022)
 

두 번이나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민족이다.

새것과 옛것으로 나누던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옛것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인류가 달려온 문명은 발전과 발달을 이어왔고 그 문명 속에 사는 사람들은 늘 새롭게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기억에 담아둔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새해 아침은 어제와 다름없는데도 새롭다.

새로움은 미지와 같이 생경하기도 하다.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환희롭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클 것이다.

새해 아침에 기도하듯 다짐하는 것은 일 년에 대한 기대와 성취하고자 하는 소망이다.

이런 것들을 모아 놓으면 어찌 덜컹거리지 않겠는가.

덜컹대며 길이라도 부단히 가다 보면 아스팔트 길을 만나게 된다.

올해는 모두가 아스팔트 길을 달리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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