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지난 17일 한국노총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제28대 임원선거를 치렀다. 총 선거인단 3,940명 중 3,55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보니 투표 현장이 번잡하기도 해서, 대회는 모여서 하더라도 투표만큼은 전자투표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여하튼 이번 선거에서는 세 후보군이 경쟁을 했으며 김동명 위원장 조가 재선에 성공했다. 아마도 김동명 위원장 특유의 뚝심과 “거짓말하지 않겠다. 쇼하지 않겠다. 정치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진솔함이 선거인단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김동명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빼앗겼던 대한민국 제1노총의 지위를 회복했다. 150만 조합원을 넘어 2,500만 노동자의 한국노총으로, 5,000만 국민의 삶을 바꾸는 한국노총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한국사회의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자의 색깔이 다른 부분이 있기에 인정받는 부분도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간 한국노총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도 배출했지만 실리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어중간한 영역에 있지 않나 하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나, 노동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강한 현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노총, 2노총을 떠나서 노동자를 위한 정책개발과 노동자 인권 보호에 더욱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현 정부에서 노동운동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과연 이 난국을 새 지도부는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아시다시피 새해 벽두부터 윤석열 정부는 개혁 화두로 노동, 교육, 연금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총 새 지도부는 노동개악에 맞서 한국노총을 상시적 대응기구로 구성하겠다는 것을 제1공약으로 내세웠으며 투쟁의 플랫폼으로 한국노총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경찰이 양대 노총 건설관련 노조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노동계는 건설회사 폭주를 감시하는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나아가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특수고용직 관련 노사분규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노조를 고립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노동조합은 구성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자율적으로 조직된 단체이며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노동조합도 3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회계처리에 대해 분기별로 회계감사의 감사를 수감하고 있다. 조합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소중한 조합비를 어떻게 하면 더 아끼고 조합원을 위해 적정하게 사용할까 회의체를 통해 결정한다. 물론 일부 노동조합에서 정당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수사나 처분은 이루어져야겠지만 노동조합 전체가 마치 범죄 집단인 것처럼 매도당하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김동명 위원장도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바 있는데, 양대 노총이 함께 해결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 개혁의 문제도 매우 심각한 사안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정부는 다시 노동시간을 연장하려 한다. 일 더 하고 급여를 더 받겠다는 노동자가 많은데 그들의 요구대로 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노동시간이 주는 의미는 크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일 더 해서 더 받으라고 하면 노동자는 결국 일하다 죽으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이 밖에도 새 지도부는 사회대전환 ‘범국민 회의’ 구성, 타임오프의 현실화, 공무원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보, 지역 맞춤형 일자리 모델 추진 등 실천과제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 또한 공약한 대로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어떠한 선거든 선거가 끝나면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내홍도 많다. 후보자간의 갈등도 선거과정에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결정 난 이후에는 후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가는 것이 구성원을 위한 길일 것이다. 우리 조직이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모쪼록 한국노총의 새 지도부가 150만 조합원을 넘어 2,500만 노동자의 한국노총으로, 5,000만 국민의 한국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분발해 주길 응원하고 성원해마지 않는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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