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상사가

김여울

 

텃밭머리

매화 만개 흐드러졌어라

날마다 한사코 암향을 터트렸나 본데

올 봄사 말고 희수의 초노

오미크론 얻어맞고

잔기침 콜록이며 칩거 중일 때

매화 암향 앞세우고

번번이 문안 인사 왔다가는

난데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소리에 질 겁

가뭇없이 뒷걸음질 돌아서곤 했다지

아 참, 얄궂기도 해라

하필이면 몹쓸 것 모이크론 탓에

끝내 서로 얼굴 마주하지 목한 체

이 찬란한 봄을 

이리도 

덧없이 보내게 될 줄이야

 

김여울 시집<북치 말에서 하늘바라기>(인문사. 2023)

현시대보다 인류의 위대함과 권위와 권력이 크게 작동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이렇게 강한 인류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병원균에게 당황하고 있다. 지금은 인류에게 병란의 시대라 해도 과하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고 조선시대 4대 문장가인 상촌 신흠 선생이 시구절에 피력했다. 또 어떤 시인은 매화에게 한겨울이 없었다면 진한 향기를 품었겠느냐고 노래했다. 매화의 의리, 절개, 강인함 등을 표현한 것이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꽃이고 향기다. 꽃이 없다면 꽃이 아닐 것이며 향기가 없다면 꽃의 이면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또한 봄의 전령으로 일찍 찾아오는 소식도 추가한다.

이월이다. 이름처럼 다음으로 모든 것을 이월시키고 싶다. 시간도 바이러스도 꽃도 먼 시간으로 이월시키고 아직은~ 하고, 시간을 붙잡고 싶다. 어쩌면 오미크론이 이웃간의 사람간의 정리마저 가로막고 있다. 시인이 기다렸던 혹은 시인에게 찾아왔던 봄과 매화 향기마저 단절시키고 마는 미약했던 바이러스의 힘, 봄 속에도 매화 향기에도 바이러스가 잠복하여 시인의 잔기침으로 지속하고 있다. 참 얄궂은 일이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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